오피니언

[사설] 이태원참사 특조위 임명 미루는 후안무치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이 넘도록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진상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진상규명을 주도할 특조위원은 국회의장 1명, 여당 4명, 야당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별법 공포 후 한 달 안에 특조위원을 임명하도록 법에 규정했지만, 여당의 시간 끌기로 국회는 7월 5일에 위원 명단을 윤 대통령에 제출했다. 벌써 두 달 전이다. 이때만 해도 머지않아 특조위 조사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8월에 검증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위원 임명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법 통과 전후 정부여당은 적극 협력할 것처럼 보였지만 특조위 구성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진상조사 개시를 학수고대하는 유가족들은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고 분개하고 있다. 장관, 검찰총장, 인권위원장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다른 인사는 차질 없이 이뤄지는데 특조위원 임명은 왜 지체되는지 국민도 이해하기 어렵다.

참고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결국 13일까지 위원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거리에서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생떼 같은 혈육을 잃은 충격과 슬픔을 느닷없이 맞았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유가족을 위로하고 참사 원인을 밝혀야 할 정부는 오히려 이들을 외면하고 진실을 덮는데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아직 어느 공직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정책임자임에도 유가족의 추모제 초청도 거부하고 만나지도 않았다. 특별법을 만들기까지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을 접어두고 집회와 시위, 투쟁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또 진상규명 발목 잡기라니 이렇게 후안무치할 수 있는가.

10월 29일 이태원참사 2주기가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2주기마저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을 묻는 대신 유가족이 절규하고 눈물 흘리며 맞을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임명권을 악용해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 덧붙여 특조위 구성 이후 정부여당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159명의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참사가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