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정부 의대 예산 몰아주기 여파로 일반 사립대 융자 지원 축소

의대 융자 수요 전액 반영, 일반 사립대 지급률은 40%→25% 하향…교육부도 예산 부족 우려

지난 4월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 ⓒ뉴스1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방침을 고집하는 정부가 사립학교 융자 지원 예산을 의대에 몰아주면서 일반 사립대 몫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립대의 재정 여력이 위축돼,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사립학교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 사업 예산은 2,181억원이다. 올해 690억원보다 1,491억원 늘었다.

예산은 의대에 편중됐다. 내년 정원이 증원된 사립 의대에 할당된 금액은 1,728억원으로, 전체 사업 예산의 79%를 차지한다. 의대를 제외한 일반 사립학교 예산은 452억원에 불과하다.

기존에도 융자 예산 사업 대상에 의대와 부속병원이 포함돼 있었다. 올해는 예산 690억원 중 약 200억원이 의대와 부속병원에 배정됐다. 의대 외 일반 사립학교 예산은 올해 490억원에서 내년 452억원으로 38억원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감액 규모로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다. 일반 사립학교가 요구한 금액을 예산에 반영하는 비율이 내년에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융자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통해 대학별 수요를 조사한다. 일반 사립학교의 융자 수요는 총 1,809억원이었으나, 정부는 예산에 25%만 반영했다. 최근 5년간 학교의 융자 수요 대비 평균 지급률은 40%였다. 내년 일반 사립학교 융자 수요는 올해보다 크게 늘었으나, 지급률을 대폭 하향하면서 실제 예산에 반영된 금액은 오히려 올해 대비 감소한 것이다.

융자 사업은 지급률이 40%일 때도 높은 집행률을 유지했다. 그만큼 예산 실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올해 7월 말 기준 집행률은 82.6%로, 교육부는 예산 전액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집행률은 87.3%였다. 융자를 배정받은 학교 중 한 곳이 시공업체와 공사비 협상에 이르지 못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 연말에 융자 배정을 포기하는 바람에 추가 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2022년에는 예산이 100% 집행됐다.

융자 사업에서 일반 사립대 몫이 쪼그라든 건 의대에 예산을 몰아준 영향이다. 정부는 의대가 요구한 융자 금액 1,728억원을 내년 예산에 전액 반영했다. 기존에는 융자 사업 예산을 편성할 때 의대와 일반 사립학교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내년 예산에는 지급률을 차등 적용했다. 교육부는 “의대 융자 지원 강화를 위해 일반 융자 지급률을 25%로 하향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의대 증원 방침을 고집하는 정부가 의대 교육 여건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게 융자 사업이다. 늘어난 의대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사립 의대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날 발표한 ‘의학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에서 “국립대의 교육여건 개선은 국고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고, 사립대는 기금 융자 지원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 수요 반영하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교육부 예산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사립대 융자 지원이 포함됐다. 향후에도 의대 지원에 융자 사업 예산을 대거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가운데 그와 관련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사립대학을 지원하던 융자 사업 예산을 끌어다 쓰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사립학교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 지원 세부사업. ⓒ교육부

융자 사업은 사립학교의 교육·재정 여건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빌려줘 학교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6월 기준 융자 사업 이자율은 2.67%로, 시중은행 이자율 4.56%보다 1.89%포인트 낮다.

융자금은 산학협력을 위한 기자재·시설 확충, 노후시설 개선, 장애인 교육시설 신축 등에 쓸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사립학교 전반을 포괄하나, 예산이 한정돼 주로 대학 위주로 예산을 배정한다.

조만간 융자 신청이 시작된다. 매년 9~10월 각 대학이 융자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대학별로 예산을 배정한다. 일반 사립대는 지급률이 낮아, 대학의 융자금 확보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신축 공사 자금을 융자받은 한 대학 예산 담당자는 “융자 수요는 시기별, 학교별로 달라 지급률 하향이 모든 대학에 일괄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융자가 필요한 대학은 사업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부처 건의사항에 ‘의대 외 일반융자 예산 확대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신규 융자뿐 아니라, 기존에 융자를 받던 학교가 진행하던 사업의 지원 예산도 부족하다는 경고가 담겼다. 신축 공사와 같은 대규모 사업은 융자를 여러 해에 걸쳐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생)에 대한 지원 형평성 제고를 위해 일반 융자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부가 융자 지원을 축소하면서 가중되는 일반 사립대 재정 부담이 학생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 연구원은 “대다수 사립대가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저금리의 공공자금 융자 예산까지 깎으면 사립대의 재정 확보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으로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못 하거나, 금리가 높은 시중 금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자 부담은 결국 학생들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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