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누가 반(反)대한민국이고 누가 반(反)국가적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북한의 거짓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세력에 맞서 똘똘 뭉쳐야한다’고 역설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 격려사를 통해서다. ‘반대한민국세력’이라는 말은 이명박정권 시절 국정원 교육기관이 관여했다고 의혹을 산 ‘대세·반대세’ 등의 극우용어다. 지난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반국가세력’과 맥락상 같은 말이지만 훨씬 더 저급한 용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윤대통령이 언급한 반대한민국세력 또는 앞서의 반국가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또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두 차례 8.15 경축사, 지난달 19일 을지국무회의, 그리고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해석이 어렵지 않다. ‘반대한민국세력’ 또는 ‘반국가세력’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거짓 선동을 일삼는”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국내에 “존재”하되 “암약”하고 있는 세력이다. 그리고 “(전쟁이 개시되면) 북한이 개전 초기 폭력·여론몰이·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분열을 꾀하”기 위해 동원하는 세력이다. 국가의 적, 척결대상인 것이다.

‘반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지난 2017년 1월 촛불항쟁이 한창일 때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한국자유회의의 선언문에서도 나온다. 선언문은 “촛불집회는 반동세력의 책동이며 반(反)대한민국세력에 의해 조직화된 대중적 정치집회이고 체제전복 음모에 동조하는 천박한 의식과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반대한민국세력은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 등을 의미하는 협의의 개념이 아니라 촛불항쟁을 이끌었던 수많은 시민과 사회단체, 야당 모두를 지칭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당시 선언문 작성에 뉴라이트 출신 현 통일부장관 김용호가 관여했고, 김태효 안보실 1차장도 핵심관계자다. 윤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런 용례를 모르고 사용했을 리가 없다.

뉴라이트에 둘러싸여 역사왜곡을 일삼으며 망국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추종하던 윤 대통령은 급기야 야당과 시민사회 전체를 상대로 공안몰이라도 벌일 기세로 잔뜩 발톱을 세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작은 안보문제라도 생기면 누구든 반국가사범으로 몰아 가차 없이 처단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윤 대통령의 통치행태에 고개를 돌리거나 맞서는 이들을 국가에 반한다고 간주해버리는, 바로 그런 생각이 전체주의적 사고다. 누가 반국가이고 누가 반대한민국이며 누가 전체주의인지 윤대통령과 그 측근 뉴라이트세력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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