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의료대란 대책에 대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이대로라면 ‘의료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부터 재논의 하자는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응급의료 종합상황 합동브리핑에서 “2025년은 의대 지원생이 3대1, 4대1 경쟁률을 가질 정도로 이미 지원하고 있어 모집요강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역시 전날 SBS 라디오에서 “입시단계에 넘어온 사안을 다시 되돌리거나 조정하자는 것은 현장에 있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정부가 이같이 대응하면 결코 현재 벌어지는 의료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정원을 당장 정부 계획대로 2025년부터 1500명을 늘리고 유급생까지 들어오면, 의대교수도 최소 50%를 새로 뽑아야 하고 강의실·기자재 그리고 실습을 위한 병상까지 늘려야 하는데, 2026년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린다고 하면 “교수들을 해고하고 기자재·병상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 의원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파국을 넘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말 것인데, 2025년 정원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서 “의대 4학년 수업거부로 내년 초 의사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매년 공급되어야 할 의사 3000명이 사라지며, 전공의 선생님들이 수련을 포기했기에 전문의 2800명 공급도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공의 없이 반년 이상 사명감으로 버티던 전문의들과 의대교수들이 지쳐서 떠나게 되면 응급실부터 차례로 문을 닫게 된다”면서 “벌써 이 일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 의존도가 큰 지방종합병원은 경영난으로 도산이 불가피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필수의료·지방의료부터 무너지는 의료붕괴가 현실화되는 것.”
안 의원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의료현장과 학교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그의 첫 번째 제안은 ‘2025년 증원 1년 유예’였다.
그는 “물론 이미 내년도 의대 수시모집이 시작됐기에 의대증원이 유예되면 수험생의 혼란과 피해가 클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2025년 의대증원을 1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지금도 일부 의대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나머지, 학생들 사이에서도 멀리서 구경만 하는 ‘관광교육’이라 불리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정원이 2~3배 더 늘면, 소그룹 실습 위주의 의대교육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의대정원을 늘려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의평원에서 자격미달의 의대에 대해 의사시험을 못 치게 하거나, 시험을 치더라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의사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의사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의대정원 증원 유예에 이어 과학적인 증원 규모를 정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의료와 같이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개혁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 하에 꼼꼼하게 미래계획을 수립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안타깝지만 결국 의료붕괴와 수험생의 피해를 따져보고, 커다란 두 가지 손해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라며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즉, 국민의 죽고 사는 문제,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둘 중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죽고 사는 문제인 의료 시스템의 붕괴부터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