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4개월 영아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가 1시간 만에 겨우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기도119종합상황실의 ‘재난관리 일일상황 보고’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 소방본부는 지난 11일 오전 7시 34분경 파주시 금촌동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이에, 소방본부는 현장으로 출동해 영아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으나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기북부 소방본부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인근 11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11개 병원 모두로부터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심정지 영아를 받아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이었다. 파주 금촌동에서 마곡 이대병원까지 거리는 34km로 보통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이다. 소방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한 게 8시 반쯤이니까, 병원이송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렸다”라고 말했다.
생후 4개월 영아는 결국 숨졌다.
인근 병원에서 수용을 거절한 이유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홍배 민주당 의원 역시 금융노조 집회에서 다친 뒤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에도 청주시 상당구 한 어린이병원에 입원 중이던 생후 4개월 영아가 탈장 증세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인근 병원에서 모두 수용을 거부해 3시간 거리의 서울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4일에도 청주의 70대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고 약 120km 떨어진 강원 원주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건설노동자가 1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가 결국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