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준, 올해 나라 살림 누적 적자 폭이 8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 재정은 우리 정부가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호언은 실상 허언에 가까워 보인다.
정부가 매월 발간하는 ‘월간 재정 동향’ 9월호를 보면 세수와 기금 수입을 함께 계산하는 관리재정수지가 83조2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조2천억원 늘었다. 10년 전 재정 동향을 매월 발간하기 시작한 후 역대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재정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무턱대고 비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적자 증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적자 발생 원인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우려를 지울 수 없다.
7월 말 누계 국세 수입은 208조8천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8천억원이 쪼그라들었다. 법인세 15조5천억원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기업 실적 저조 영향’을 이유로 설명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 탓이라 강조하지만, 정작 법인세 감세 영향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기업 실적이 반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영업이익 감소가 법인세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국고채 발행량이 연간 총발행 한도의 80.6%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발행량은 127조7천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매년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일정 부분 축소해 왔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지출 여건을 스스로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지난해의 ‘한국은행 마이너스 통장’ 활용이나 기금 전용 꼼수로 또 보릿고개를 넘어보자는 심산인가. 앞으론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세수 감소를 감추기 위해 지출을 줄여 성장 여력을 갉아먹는 조삼모사가 반복되어선 곤란하다. 당장 이번 달에도 재정적자 폭이 더 커지지 않도록 막았던 것은 세외 수입이나 기금 수입이 늘어난 결과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