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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로 얼룩진 대통령실·관저 이전, 김 여사 관여 없었나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공사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참여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해 12월부터 감사에 착수한 뒤 1년 8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이번에 나온 것만 해도 참담한데, 그간의 의혹 모두를 엄정하게 다룬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장차 특검 등을 통해 더 밝힐 것이 있으리라 본다.

우선 감사원은 경호처 간부가 친분이 있던 브로커와 유착해 16억 원의 국고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봤다. 이 브로커는 민간 공사업체와 경호처·행정안전부 간의 3차례 수의계약에서 실제비용보다 5배 이상 부풀린 견적 금액을 제출했다. 4억7천만 원 짜리 공사를 20억4천만 원에 수주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브로커는 15억7천만 원을 편취했다. 드러난 문제는 더 있다. 감사원은 공사비 정산을 잘못해 2개 업체에 3억2천만원을 과다 지급한 건과 19개의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을 맡은 사례도 밝혀냈다.

대통령 관저 공사도 문제였다. 관저 공사를 맡은 '21그램'이라는 업체는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였다. 21그램은 인테리어와 증축 공사 계약을 합쳐 30억원의 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 면허만 있을 뿐 관저 증축이나 구조보강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제주에 있는 모 종합건설 업체를 끌어들여 일을 진행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업체는 현장에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대통령실은 또 준공검사를 하지도 않고 '모든 절차를 밟았다'며 준공검사조서를 만들어냈다. 준공검사 대신 비서실과 경호처가 안전점검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 서명을 받았다. 준공검사조서에 서명한 이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준공검사 절차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준공검사가 없었으니 최종 도면도 없다. 감사원은 이들 업체가 "경호처 요청으로 모든 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증축된 공간이 드레스룸과 사우나실이라는 의혹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첫 사업이었다.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이전을 강행했는데, 지금 그런 취지가 살아났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백 보를 양보해 그것까지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해도, 이전 공사 과정에서 거금을 편취하고 절차를 어긴 것에 대해서는 묵인할 수 없다. 당시는 대통령의 위세가 높고 관료들도 긴장을 하고 있었을 때다. 그런 때에 이런 불법과 비리가 일어났다면 단지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의 일탈로 보긴 어렵다. 김 여사가 관여한 정황에 대해 수사 당국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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