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사용 중인 무선호출기(삐삐) 수천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전례 없는 테러가 벌어졌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께 전국에서 무선호출기가 폭발하면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3천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비롯해 정상적으로 수입된 무선호출기에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폭발물을 심었다는 추정이 우세하다.
레바논의 반 이스라엘 세력이 무선호출기를 사용해 온 것은 이 지역의 휴대화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라 오작동하거나 해킹되었을 것이라는 경험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산복합체 기업들은 이런 기술에 특화되어 있었고, 이 지역을 방문한 민간인들도 비슷한 사례를 보고한 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적대해 온 세력들은 휴대전화 대신 무선호출기 사용을 장려해왔고,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기기에 폭발물이 심어져 있던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사용되는 무선호출기에 이스라엘 측이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무선호출기 배터리 옆에 수십 그램의 의 폭발물과 원격기폭장치가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호출기가 폭발 직전 신호음을 내 사용자가 호출기를 집어 들도록 만드는 프로그램도 삽입됐다고 전했다. 누가 다칠지,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이 같은 공격은 민간인을 포함한 테러다. 심지어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 측이 무선호출기에 폭발물을 심었다가 들킬 위기에 몰리자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참담하고 잔혹하며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이스라엘의 테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의 휴전 대신 중동 내 확전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가자에서의 반인륜적 군사작전에 미국까지를 포함한 서방의 불만이 고조되고 지역에서의 반전 여론이 높아지자 지속적으로 테러를 동원한 확전 시도를 해왔다. 지난 7월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했고, 지난달에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하니예를 폭탄으로 살해했다. 이런 테러 전술은 적대세력을 자극해 서방의 휴전 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의 의도가 무엇이건 이 지역에서의 테러와 전쟁, 학살의 책임은 미국과 바이든 행정부의 몫이다. 미국은 입으로는 네타냐후의 도발을 비난하면서, 행동으로는 그를 지지해왔다. 이런 이중 기준이 용인되는 한 이 지역에서의 평화는 도래할 수 없다. 전쟁에 모든 것을 건 미치광이를 돕는 한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자신의 피 묻은 손을 감출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