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와 공급망 교란에 따라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빅컷'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하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이번 발표에서 연내에 다시 한번 0.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물론 연준의 정책 전환이 미국 경기가 가파르게 냉각할 수 있다는 '경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건 분명하고,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이 긴축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만큼 우리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치였다. 당장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로 줄어들었고, 연말까지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국내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내수 침체로 이어졌던 상황을 바꿀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집값과 가계부채다. 금리를 낮추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추격매수를 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날 수 있다. 이미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8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서민의 고통은 다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금융 긴축이 완화되거나 방향전환을 해야 할 필요도 뚜렷하다. 그러나 그 전에 집값과 가계대출을 잡아야 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19일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 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는데,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정부가 통화당국에만 책임을 미루고 자신이 해야할 재정정책을 팽개치는 상황도 바뀌어야 한다. 내수 부진에 대한 긴급 처방으로 제기된 '25만원 민생지원금'을 백안시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