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2일 감사원은 ‘대통령 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의혹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13일 참여연대가 국민감사청구를 한 때로부터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에 나온 감사결과였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다가 하필이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불법과 비리의 집합체
감사원 홈페이지에 올려진 감사보고서를 보니, 어떻게든 파장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듯한 대목들이 보였다. 182쪽에 달하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으나, 긴급하게 용산으로 대통령실과 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라는 식으로 무마하려는 대목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보고서 자체에서도 용산으로 대통령실ㆍ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법들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정상적인 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들이었다.
자격도 없는 다수의 업체들이 공사를 하는가 하면, 하도급을 주면서 주무관청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인테리어 업체인 ‘21그램’이 증축공사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자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다른 업체를 섭외해서 공사를 계속했다. 심지어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시작되고, 계약도 체결하기 전에 공사가 진행되었다.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진행된 공사도 일부 있다. 공사비 정산도 제대로 하지 않아 일부 공사비가 과다지급됐다. 게다가 준공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준공검사 조사를 작성했다.
이 정도면 국민세금으로 공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행정절차가 깡그리 무시되었다고 할 만하다.
뿐만 아니다. 이렇게 졸속으로 공사를 하다 보니 비리가 발생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간부가 브로커의 소개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방탄창호 공사비를 부풀려서 15억 7천만원을 챙기도록 해 줬다. 그리고 경호처 간부는 자신의 지인(전직 경호처 직원)이 못 팔고 있던 땅(임야)을 브로커로 하여금 사게 했다. 그 간부의 비리는 2023년 10월에 이미 포착되어서 감사원이 대검찰청에 수사요청을 했는데, 검찰은 시간을 끌다가 감사원 발표 시점에서야 그 간부를 구속했다.
이런 내용들로 가득찬 감사보고서를 읽어 보면,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정은 불법과 비리의 집합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실무를 총괄한 비서관은 차관을 거쳐서 총선으로
그런데 감사보고서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나오는 김오진 비서관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업체를 선정했다고 하면서, 그 ‘누군가’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관저를 이전하는 중차대한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면서 수의계약을 했는데, 누구의 추천으로 수의계약을 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감사원 감사보고서 중에서
김오진 전 비서관의 이력을 보면, 국회의원 보좌관과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총무1비서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런 경력의 김오진 비서관은 용산으로의 이전 실무를 총괄한 이후에, 2023년 6월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국토교통부와 관련된 경력도 전혀 없는 사람을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그런데 김오진 비서관은 차관이 된 지 6개월 후인 2023년 12월 경북 김천에서 총선출마를 하기 위해 사직을 한다. 그러나 올해 2월 28일에 진행된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해서 총선 출마는 좌절된다.
이 과정을 보면, 총선 출마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경험도 없는 사람을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누군가가 김오진 비서관을 밀어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몸통인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
그래서 이 문제는 감사원의 부실한 감사결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실무선에서 끝낼 일도 아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근원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무리하게 용산으로의 대통령실ㆍ관저 이전을 밀어붙인 사람에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그 장본인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다.
김오진 비서관이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김오진 비서관 선에서 책임 추궁을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김오진 비서관에게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도록 ‘추천’을 했다고 하는 그 ‘누군가’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용산으로의 대통령실ㆍ관저 이전은 국민세금을 낭비하고, 국가의 행정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린 총체적인 ‘배임’ 행위로 규정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김건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려면, 야당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정조사나 특검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너무 많은 국정조사와 특검 사안들이 있는 황당한 상황이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서 대통령실을 하루아침에 옮기기로 결정하고, 국민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낭비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비리가 저질러지도록 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