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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김건희는 왜 이렇게까지 나댈까?

은둔 외톨이 기질이 있는데다 친구도 별로 없는 나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가끔 정치인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들과 기질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말 잘 나선다. 대화의 주도권을 절대 놓지 않는다. 전생에 말 못해서 죽은 원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다. 나처럼 말에 서툴고 내향적인 사람은 기가 다 빨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상대의 이런 모습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진화심리학적으로 이건 매우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나댄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선을 넘었다. 나는 이 사람이 최근 보여주는 행보에 ‘나댄다’는 표현조차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김건희의 행보를 불편해한다. 여권에서조차 “좀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쏟아진다. 그 동안 윤석열 정권 실드 치느라 바빴던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한다.

눈치가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이 상황에서 절대 마포대교를 오르고 장애아동 시설을 방문할 수 없다. 이게 나대는 게 아니면 뭔가? 나는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왜 김건희는 이렇게까지 나대고 다닐까?

원래 인간은 주목받기를 좋아한다

내가 앞에서 정치인들의 주목 받기 좋아하는 성향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가 있다. 인간은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인류의 전체적인 성향은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는 인류가 그렇게 진화돼 왔기 때문이다.

영장류에 속하는 인류는 침팬지와 유전자의 99% 가량을 공유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류는 침팬지와 다른 길을 걸었다. 이 두 종족의 결정적 차이 중 하나는 그룹의 리더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침팬지는 단연 외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크기가 강한 개체를 리더로 뽑는다. 이런 리더를 ‘알파’라고 부른다. 침팬지의 리더는 알파 수컷이다. 침팬지와 비슷한 보노보의 리더는 알파 암컷이다. 고릴라의 리더는 실버백이라 불리는 수컷이다.

그런데 인류는 달랐다. 단순히 힘 센 사람이 아닌, 지혜와 리더십 등 수많은 요소들을 두루 고려해 더 많은 부족원들의 지지를 받은 개체를 리더로 뽑은 것이다. 고대나 중세 때처럼 왕이나 귀족이 지배했던 사회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원시 공동체 사회 때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대략 300~400만 년 정도다. 그런데 구석기 시대의 비중은 인류 역사 중 무려 98.8%를 차지한다. 이 긴 역사 동안 인류는 침팬지와 달리 힘이 아닌 부족의 지지를 통해 리더를 결정했다.

고대와 중세, 즉 왕과 귀족이 지배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잠시 중단됐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들어서면서 이런 전통은 다시 부활했다. 고대와 중세 사회 역사는 길게 봐야 7000년 남짓이다. 인류는 수백 만 년의 역사 대부분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리더를 뽑았다.

이 말은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힘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보다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진화학자 폴 길버트가 “인류 사회에서 주된 파워는 자원 확보 능력(Resource Holding Power)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Social Attention Holding Power)에서 나왔다”고 단언하는 이유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사회적 관심을 갈구하는 인류의 성향을 매우 지당하게 생각한다. 요즘 거의 모든 세대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욕구를 발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적당해야지 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 관심병이라는 말이 있다. 관심 받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인데, 놀랍게도 이 병은 실존하는 정신질환 중 하나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과해 관심을 받지 못할 때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정도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홍준표가 방송에서 김건희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답답하시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말에 “김건희는 왜 이렇게까지 나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나대느냐? 답답하기 때문이다. 홍준표에 따르면 김건희는 나대지 못할 때 답답해한다. 이 말은 지금 김건희가 나대는 현상이 이른바 관심병 수준에 근접했다는 이야기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연극성 성격장애’라는 정신질환이 있다. 이 질환의 의학적 정의는 이렇다. 글로벌 의학 지식 웹사이트인 MSD 매뉴얼에 올라온 마크 짐머맨(Mark Zimmerman) 정신의학 박사의 글을 인용한다.

연극성 인격 장애는 과하게 감정적이며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패턴의 만연함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 건강 상태입니다. 연극성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관심의 중심에 서는 것을 필요로 하며, 대개 부적절하게 유혹하는 도발적인 옷과 행동, 그리고 스스로를 매우 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심의 중심에 서려고 시도합니다.

어떤가? 딱 누구 이야기 같지 않은가? 짐머맨 박사는 연극성 인격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을 나열한다.

- 관심의 중심에 서있지 않은 경우 불편함을 느낌.
- 부적절하게 성적으로 유혹하거나 도발적인 방식으로 타인과 교류함.
- 감정이 급속하게 변화하여 사람이 가벼워 보임.
- 자신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끊임없이 본인의 외모를 이용함.
- 언사가 매우 모호하고 세부적이지 않음.
-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으며 과대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함.
- 타인이나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음.
- 관계가 실제보다 더 깊다고 믿음.


나는 이 기준을 김건희와 주변인이 읽어보길 권한다. 홍준표에 따르면 김건희는 나대지 못하면 답답해한다. 관심의 중심에 서있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를 이용한다. 마음에 안 들면 언론사에 실린 사진도 교체하는 게 김건희다.

캄보디아에서 아픈 아이를 끌어안고 찍은 그 사진을 기억하시는가? 비공개 방문이라는데 누가 봐도 조명을 설치해서 마치 영화 포스터 같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그 사진 말이다.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으며 과대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는 어린이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모습이라며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2022.11.12

나는 국민의힘이나 홍준표 등이 김건희에게 “제발 좀 자제하시라”고 조언하는 것은 쥐뿔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저건 조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해결은커녕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짐머맨 박사에 따르면 슬프게도 이 질환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 별로 없단다. 꽤 오랫동안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만약 정신의학적 어려움이 있다면 부끄럽거나 숨길 일이 아니다. 나도 2년 전쯤 공황장애가 와서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지금까지도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 김건희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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