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재벌 조태오’ 만큼 무섭고 이해 안 되는 ‘빌런’이 나타났다, ‘베테랑2’

영화 '베테랑2' ⓒ스틸컷

영화 '베테랑2'가 600만 관객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 '베테랑1'이 개봉한지 9년이 흘렀다. 속편의 공개에 관객들은 가장 먼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빌런이 누군데?' 하면서 말이다.

이미 '베테랑2' 빌런의 정체가 많이 공개된 상황이지만, 영화 개봉 이전부터 빌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이유는 아마 전작 빌런인 조태오 때문일 것이다.

전작에서 조태오는 재벌3세로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장기판 장기, 혹은 체스판 말처럼 가지고 노는 인물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깔보고 아무렇지 않게 뭉개는 사람이었다. 전작은 이런 추상적인 잔악함을 조태오라는 악인으로 구체화해 보여줬다.

속편에선 '해치'가 등장한다. 해치는 선악을 판별해 정의를 이루는 전설 속 동물의 이름으로, 온라인 속 사람들이 살인마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사람들은 해치에 열광한다. 왜냐하면 해치는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가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피해자가 겪은 것과 똑같은 고통을 가해자가 겪게 한다.

서도철과 막내형사 박선우는 의기투합해 가해자를 죽이고 다니는 해치를 잡으러 나선다.

전작과 속편이 다른 점이 있다면, 관객이 두 빌런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관객은 악인 조태오를 경계하고 그의 편에 서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야 조태오! 너 그러면 안 되지! 이 나쁜 놈아!' 라고 외치게 된다.

그러나 관객이 해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태오를 바라보는 것과 다르다. 해치의 행동과 그 행동이 일으키는 여파를 바라보면서 '저게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관객 스스로 하게 되기 때문이다. 관객은 가해자를 향한 잔인한 응징과 진짜 정의 사이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결국 전작은 조태오라는 악인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사이다식 '정답'을 내려주었다면, 속편은 그 반대다. 진짜 정의와 사회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 관객 스스로 정답을 '찾게' 만든다. 시원한 해답을 원하는 관객에겐 속편이 좀 찜찜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편의 여운이 더 길다는 점이다. 전작과 달리 속편은 영화관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의 머리 속에 계속 남아 있다. 속편은 계속 곱씹고 또 곱씹게 만든다. 생명력과 호흡이 좀더 긴 느낌이다.

일각에선 '해치'의 전사(前事)가 왜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는 입장도 꽤 있다. 이와 관련해 류승완 감독은 빌런의 서사를 친절히 설명해서 답에 다다르는 것보다, 행위의 여파에 집중해 관객의 질문과 호기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주 보통의 사람과 살인마 사이를 무섭게 오가는 해치의 모습을 보면, 우리 시대의 악마가 탄생하게 된 밑배경이 궁금해지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해치의 행동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더 궁금해지는 면도 있다. 어쨌든 영화는 이런 부분은 시원하게 해소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작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액션 장면으로 또 다른 통쾌함을 선사한다. 비 내리는 옥상에서 펼치는 액션 장면부터 남산타워 추격 장면까지 많은 장면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빌런들과 경찰 동료들의 등장도 반가움을 더한다. 더 진해진 의미와 강도 높아진 액션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영화 '베테랑2'는 칸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이어 판타스틱 페스트, 시체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지난 13일 국내 개봉했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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