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6일 올해 예산 대비 29조6천억원이 부족한 세수재추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50조원대 세수부족에 이어 2년째 대규모 세수펑크다. 세수부족은 당초 예산보다 14조5천억원이나 줄어든 법인세에서 가장 크게 발생했다. 정부는 불용액이나 기금여유재원 등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강제로 ‘쓰지 말라’고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2년째 지속되면서 이런저런 대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교부금 삭감이다. 지방교부금은 국세의 40%에 달하고 지자체의 여러 사업이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지방교부금 의존도는 더 높다. 지자체는 교부금 삭감으로 복지사업 축소를 단행해 주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가 가게 됐다. 경기가 지속적 하강국면에 있는데 국가재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기업이 어렵고 가계가 어려우면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고, 있다 해도 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한다며 오히려 긴축을 해 경제를 악순환에 빠트렸다.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고 노동규제를 완화해도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하면서까지 도입하겠다는 재정준칙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3%를 경직되게 운영할 경우 재정지출은 더 축소돼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수오차는 국세수입의 본예산과 결산의 차이를 말한다. 정부는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복합위기, 고금리 장기화 탓으로 문제의 원인을 둘러대지만 대규모 세수오차는 정부의 잘못된 경기 예측 탓이다. 정부는 연초 ‘상저하고’ 등 장밋빛 경제전망을 제시했는데,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믿었던 예측이 틀린 것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역대 정부의 기록을 보면 전혀 반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10조원이 넘지 않는 규모로 비교적 세수추계가 정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오히려 사상최고의 추가세수가 발생했고,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 말미에 발생한 53조3천억원의 추가세수로 풍족하게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계속되는 세수펑크로 이 돈을 모두 거덜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초고소득층 감세정책을 고수해 세수부족을 부추겼다. 특히 세수결손의 핵심원인인 법인세수 감소는 정부의 법인세 감면조치 때문이다. 2023년 상위 10대 기업의 전체 법인세 감면액은 10조4천억원에 달했다. 논리와 주장이 앞뒤가 안 맞아도 정부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을 고집했다. 복합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까지 부정적 신호가 잇따라도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잘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