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열린 시위에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헤즈볼라 지도자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을 통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저항의 축' 세력은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F-15I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정밀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작전을 '새로운 질서(New order)'라고 이름 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을 통해 나스랄라와 함께 헤즈볼라의 남부 전선 사령관 알리 카라키와 지휘관 무함마드 알리 이스마일 등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이번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스랄라는 지난 1992년부터 32년간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끈 인물이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해 오고 있었다.
공습을 가해진 헤즈볼라의 본부는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지하에 있었다고 이스라엘군은 언급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수에 대해선 불확실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것은 우리 도구 상자의 끝이 아니"라며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람이 누구든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닿을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면서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 국민을 대거 살인한 이에게 보복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에 대해 "그는 단순히 이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란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면서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는 등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공습 배경을 설명했다.
2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헤즈볼라도 나스랄라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가 동료 순교자들과 함께 사망했다"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위해, 레바논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나스랄라 사망 이후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 정권의 집권 테러리스트 갱들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에서 전쟁 범죄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5일간의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메이니는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과 헤즈볼라 편에 서서 억압적이며 사악한 정권에 맞서는 것이 무슬림의 의무"라며 '저항의 축'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고, 예맨의 무장조직 후티 반군도 "나스랄라의 순교는 이스라엘에 대한 희생의 불꽃, 열정의 열기, 결의의 힘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시스
헤즈볼라는 이날 나스랄라 사망이 발표된 이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약 90발을 발사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발사됐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예멘에서 이스라엘 중부를 향해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됐으나, 이스라엘 영토 밖에서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다만 미사일 잔해가 예루살렘 지역에 떨어져 다소 피해가 발생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표적 공습한 것임을 밝혔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와 무기고, 무기 생산시설 등 140곳 이상을 추가 타격했다. 이날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와 다히예,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를 타격했다.
이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IDF) 본부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향해 경고했다. 그는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며 "이란이나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