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진중권은 왜 알지도 못하는 일에 나대나?

2011년 11월 재보궐 선거날,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이와 관련해 나꼼수(나는 꼼수다)와 진중권 광운대 교수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해석을 두고 양측이 판이한 시각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진중권이 이 과정에서 아는 척을 엄청 했는데 진짜 전문가로부터 반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진중권은 당시 트위터에 “어떤 때는 값이 없다가, 다른 때는 다른 파일이 뜨다가, 어떤 때는 검색결과가 늦게 뜨다가, 어떤 지역은 검색이 되다가, 다른 지역은 검색이 안 되게 만들려면, 기술적으로 어떤 조작을 해야 하나요? 이건 뭐 거의 카오스 이론에 따른 복잡계 컴퓨팅이 필요한 일 아닌가요?"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런데 이에 대해 윤복원 조지아공대 연구원이 “기술적으로는 웹페이지 코드에 한 두 줄 삽입으로 원하는 모든 장애가 가능합니다. 간단한 DB연동 장애 실행의 예입니다”라며 그 사례를 직접 보여줬다. 그랬더니 진중권의 반응은? 그냥 그를 차단시켜버렸다!

사람들이 진중권에게 “왜 그 기술자를 블록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진중권의 대답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그런 뻘소리 하면 바로 블록입니다. 그분 어디 외국대학의 교수 같던데, 용서가 안 돼요”였다.

벌써 이상하지 않은가? 상대의 지적이 왜 뻘소리인지 반박은 못하고 그냥 상대를 깔아뭉갠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왜 진 교수님이 윤 선생님을 블락했는지 모르겠네요. 자신의 주장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블락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라고 묻자 진중권의 답은 “잘 생각해보세요. 그분의 오류가 뭔지”였다. 아니, 니가 대답을 해야지 왜 우리한테 잘 생각해보래?

이 사태의 압권은 이 부분이었다. 한 트위터리안이 “이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술적인 공방이 예상됩니다. 진 교수님은 이 건에 대한 언급을 이제부터라도 줄이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너무 깊게 들어오셨어요”라고 조언하자 진중권의 뭐라 답했을까? 그의 답이 이랬다.

“육갑 떨지 말고 꺼지세요.”

알고 떠들어라

내가 이 사건을 회고한 이유가 있다.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발표되면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됐다. 김건희의 유죄를 100% 확신하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유튜브 ‘경제의 속살(링크)’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해설 방송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진중권 또한 과거 이 문제에 대해 페이스북에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게 그가 남긴 글이다.

지난번엔 한겨레, 이번엔 뉴스타파. 또 다시 (윤석열을) 묻어버리려다가 실패한 듯. 이거, 청문회 때 내놨지만 영양가 없어 아무도 먹지 않아서 그냥 물린 음식이죠? 그걸 다시 리사이클링하더니,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게다가 정말 우스운 것은 윤석열이 이분(김건희죠)과 결혼한 게 2012년. 그 전의 일로 엮으려 한들 어디 제대로 엮이겠어요?

당시 그 글을 읽고 든 생각은 ‘진중권 니가 주가조작에 대해 뭘 알아?’라는 것이었다. 보통 저 정도 강도로 말을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살아오면서 진중권이 주가조작에 대해 언급한 경우를 그때 처음 봤다. 이외에 그는 주가조작에 대한 일말의 식견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가조작 전문가라도 된 양 김건희 무죄를 확신하는 멘트를 달고, 식품위생법 위반 운운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비아냥거리는 건 좋다. 나도 진중권을 비아냥거릴 거니까. 그런데 나는 최소한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이해하고 비아냥거린다. 너는 뭘 알고 비아냥거리는 거냐?

이게 바로 앞에서 언급한 디도스 사태 때 보여준 진중권의 태도다. 뭘 모르는 게 확실한 분야에서도 그는 뭔가를 다 아는 것처럼 나댄다. “너는 뭘 안다고 나대냐?”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 나는 적어도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절대 안 나댄다.

예를 들어 2011년 정명훈 당시 서울시향 지휘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을 때, 나는 정명훈이 받은 대우가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진중권은 정명훈을 옹호하며 길길이 뛰었다. “시민의 덕목은 무식이다”라는 폭언까지 내뱉으며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한 적이 없다. 왜냐? 나는 클래식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진중권 교수 ⓒ출처 : 화면캡쳐

반면 진중권은 미학자이므로 그 문제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진중권의 주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건 전문가의 견해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웃긴 이야기긴 한데 그의 누나 진회숙 평론가가 쓴 책 ‘클래식 오딧세이’에 보면 ‘클래식을 꽤 아는 척하던 미학 전공의 한 대학생’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진중권 이야기다. 진중권의 클래식 수준은 드뷔시의 ‘월광’은 모르고 베토벤의 ‘월광’만 아는 수준이었단다. 그런데도 하도 아는 척이 심했단다.

그리고 전공시간에 교수가 ‘드뷔시의 월광’을 언급하자 진중권이 손을 들고 “선생님 ‘월광’은 베토벤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단다. 그래서 자신의 수준만 드러내고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진중권의 클래식에 관한 조예도 고작 그 정도 수준이었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드뷔시건 베토벤이건 월광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므로 이걸 가지고 진중권을 비웃지는 않겠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무지의 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자연주의 의사결정론의 창시자인 게리 클라인(Gary Klein) 두 거장이 공동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연구의 주제는 ‘전문가의 직관’이었다.

카너먼은 “전문가라도 많은 편향 탓에 형편없는 결정을 자주 내린다”고 주장한 반면 클라인은 “전문가의 직관은 이성을 뛰어넘는 매우 훌륭한 것이다”라고 반론해왔다. 보통 학계에서 이 정도 거물들이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면 서로 지면을 통해 피터지게 싸우다가 사이가 틀어지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두 거장은 이견을 좁혀보자며 함께 품격 있는 공동 연구에 나섰다.

두 사람은 공동 연구를 통해 중요한 오해를 하나 풀었다. 두 사람이 말하는 ‘전문가’가 각각 서로 다른 전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클라인이 말하는 전문가는 소방지휘관이나 임상 간호사 같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경험을 누적한 진짜 전문가들이었다.

반면 카너먼이 연구한 전문가들은 속된 말로 야부리만 터는 전문가, 즉 정치평론가나 주식 감별사, 50년 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등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대상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차이를 인식한 두 사람은 공동 연구 끝에 하나의 중요한 합의에 도달한다. 전문가의 직관이 뛰어날 수도 있고(클라인의 견해), 엉망진창일 수도 있는데(카너먼의 견해), 확실한 점은 잘난 척 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카너먼의 회고다.

“클라인과 나는 마침내 중요한 원칙에 동의했다. 사람들이 자기 직관을 확신한다고 해서 그 직관이 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내 판단을 이 정도는 믿어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일지라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전문가인 양 야부리 터는 자들의 말은 믿을 바가 못 된다는 이야기다. 진중권 씨, 어디 보세요? 지금 너 이야기 하고 있는 거잖아요!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가르침을 내렸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절대로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보다 한 가지 나은 점이 있다면, 나는 적어도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무지(無知)의 지(知)’라 부른다.

그래서 제발 부탁인데 진중권은 모르는 분야에서 나대지 좀 마라. 그냥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면 어디 덧나냐? 괜히 아는 척 했다가 나중에 윤복원 박사 같은 전문가한테 걸리면 찍소리도 못 할 거잖아. 아 참, 찍소리는 했던가? 육갑 떨지 말고 꺼지라고? 진짜 육갑은 네가 떨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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