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또다시 좌초됐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지난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재표결이 있었지만 법안 재의결을 위해 필요한 출석 의원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고 폐기됐다. 299명 중 찬성 183표, 반대 113표, 기권 1표, 무효 2표였다.
이날 본회의 직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6개 법안에 대한 부결 방침을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거대 야당이 힘만 믿고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와 합의 없이 일방 강행 처리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악법 시리즈를 막아내는 것이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파견 도급 사용자업주까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과 쟁의행위를 이유로 이루어져 왔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에서 있었던 파업 사건에서 법원이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넣은 노란색 봉투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면서 0.3평 좁은 공간에 스스로 몸을 가두며 투쟁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원청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 국민 여론이 찬성한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을 대통령 거부권으로 반복해서 가로막는 것이 ‘민생’일 리 없다.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면 불법 파업이 조장된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얼마나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억눌러 왔는지 보여주는 반증일 뿐이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은 이미 국제적인 흐름이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에 결사의 자유 협약(87호·98호)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은 굳이 빼고 제출했다. 거부권 행사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최종 부결됐다”고만 언급했다. 한국이 비준한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있고, 이미 국내법적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ILO이사회 의장국으로서 민망하고 궁색한 태도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그들의 노동을 관리·통제하지만 사용자로서 책임은 회피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무책임을 방치하는 것이 지금의 법이다.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가 불법파견과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반복해서 법안을 무산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