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두환과 닮은 윤석열 대통령의 군사퍼레이드

집권 전반기에 국군의날만 되면 대규모 무기를 앞세워 시가행진을 벌이던 자들이 있었다. 총칼로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다. 국민의 지지를 얻는 민주적 절차를 뭉갠 그들이 보여줄 것이라곤 힘의 과시밖에 없었다. 힘 없는 자는 감히 대들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는 점차 축소되거나 매년 열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40년 만에 2년 연속 국군의날 군사퍼레이드를 벌이려는 자가 나타났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것도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놓고 모든 이목을 이 퍼레이드로 집중시키는 형국이다. 사실상 사라졌던 이 전시행사를 지난해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예산 101억 원을 썼다. 다소 줄어들긴 해도 올해 역시 7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안보 상황을 고려한 강한 국군의 과시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이런 군사력 과시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서울 도심에 줄지은 탱크와 가공할 미사일이 가로지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과거 1980년대나 어울릴 일을 2024년에 다시 볼썽사납게 재현한다니 이 얼마나 시대 배반적인가.

안으로 군 기강이 흐트러지고 연이은 사고로 군인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밖으로는 ‘강한 군대’를 표방하는 것도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과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특검법을 거부권으로 누르는 과정에서 지금 군은 둘로 쪼개져 있다. 좌우의 대립이 아니다. 군인의 소중한 목숨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정권에게 국민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늘어난 가운데 정권 실세를 비호하는 권력 측근의 대립이다. 상황이 이러니 젊은 군인들의 애꿎은 희생도 뒤따른다.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 벌써 2명의 중상자가 생겨났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유례없는 폭염에도 연습을 강행하는 판이니 사고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무능하고 비뚤어진 태도가 문제다. 지난 추석 때 난데없이 전투식량을 충분히 보급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려 빈축을 샀다. 전투식량이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셈이다.

이미 등을 돌린 국민들은 지금 군대의 사열을 받는 건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벌이는 군사퍼레이드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일이 하루하루 고달프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