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시민사회 “삼성 불법합병 2심 재판부, 이재용 엄벌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02.05 ⓒ민중의소리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2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농단 대법원이 인정한 합병 위법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된 불법합병 피해를 국민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30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법원은 무너진 국민 신뢰·사법 정의 바로 세워라! 삼성물산 불법합병 사건 2심, 이재용 회장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2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각종 부정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띄웠다고 봤다. 이 회장 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짓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등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정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합병 사건 1심 판결이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단과 충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 미전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회장이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뇌물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합병 관련자들도 이미 뇌물죄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로 징역을 선고받았던 만큼, 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고 짚었다.

행정소송 결과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문제 있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2016년에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5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엘리엇과 메이슨은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고,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엘리엇에 1,500억원, 메이슨에 약 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재벌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으로 인한 피해를 모든 국민이 떠안고 있는 셈”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대법원의 인정사실과 행정법원의 분식회계 판단을 수용해 이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불법합병 관련자들을 이번에도 봐준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사법 정의는 또다시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자들의 법’이 재벌 총수에 면죄부를 부여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원은 종종 정의의 법보다 기술자들의 법을 숭상해 왔다”며 “재벌총수 관련된 사건을 접할 때마다 정의는 실종되고 법 기술자들의 얄팍한 테크닉들만 난무하는 아사리판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부당합병 형사소송에서 판사는 증거수집의 위법성 논란을 등장시키고, 수많은 남은 증거를 앞에 놓고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혼자만의 비뚤어진 신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법원이 바뀌어야 한다”며 “판사는 섣부른 기술자의 논리를 내세우거나, 얼마 후에 마주해야 할 자신의 퇴직 후 생활보다 정의를 숭상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전적으로 이 회장의 삼성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실행됐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삼성은 합병이 이 회장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안 믿었다. 1심 재판부만 믿어줬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할 사실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 시너지를 위해 합병을 한 것이지, 자신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한 것이 아니라는 이 회장의 거짓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 매출액이 2020년까지 60조원으로 증가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합병 전 두 회사 예상 매출액을 합친 42조원 수준에 그쳤다고 짚었다.

김 소장은 “국민과 주주를 속이면서 진행되었던 불법합병,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까지 바쳐가며 성사시켰던 뇌물합병에 대해 응분의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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