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쌀값 폭락에 벼멸구 피해까지 보게 된 농민들이 30일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상경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과 ‘전국민중행동’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대회를 열고, 기후재난의 여파로 초토화된 농촌의 현실을 전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비판했다.
농민의길에 따르면, 수확기를 앞둔 논에 벼멸구 창궐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벼멸구는 벼 줄기의 즙액을 빨아 먹으며 벼를 고사시키는 해충이다. 작년 벼멸구로 인한 피해는 675ha 정도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70배 이상 늘어난 2만 6천ha로 조사됐다.
실제 피해를 본 논의 사진을 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야 할 논 곳곳이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움푹 패여있다. 더욱이 아직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이라 피해 규모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벼멸구 확산의 원인을 폭염으로 지목한다. 벼멸구는 기온이 떨어지면 사라지는데 올해는 최근까지 폭염이 계속되면서 번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폭우까지 더해지면서 농가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지적이다.
농민의길은 “이번 피해는 9월 이후까지 이상고온과 집중호우가 이어진 기후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자연재해”라며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상황의 심각성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벼멸구 피해는 지금도 확산되고 있어 조치가 시급하다. 이미 전국 벼 재배면적의 4%가 피해를 입었는데, 확산세가 멈출 기미가 없다”며 “농민들은 폭염으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대규모 방제 대책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또다시 농민의 요구를 외면했다. 정부가 선심 쓰듯 내놓은 대책은 피해 벼 수매뿐이다. 그나마도 수매가격은 밝히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피해 확산을 어떻게 막을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덮어놓고 사주겠다고만 하면 그것이 대책인가. 한 해 농사를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놓인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대책”이라며 “심각해져만 가는 기후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 땅의 농업과 농민,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번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즉각 수립하는 것은 물론, 기후재난 시대에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