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박희영 용산구청장, 1심서 무죄…유가족들 ‘통곡’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해서는 금고 3년 선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용산구청 관계자 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9.30 ⓒ뉴스1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부실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구청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 온 유가족들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울분을 토해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또한,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 현장 도착 시각과 재난 대응 내용 등을 허위로 작성해 배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구청장을 비롯한 용산구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 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주의 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인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전관리가 미비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재난안전법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의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고,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의 상위 수립 지침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안전계획수립 2022년 지침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피고인들에게 어떤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의 대응에 대해서도 “구청 당직실에는 서울시 상황 전파 메시지 등을 수신할 때까지 압사와 관련된 별다른 민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용산구청의 상황 대처가 다소 늦은 것만으로도 초기 상황 대응에 현저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허위공문서 작성·배포 혐의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에게도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 한 유가족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 선고공판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선고를 받자 오열하고 있다. 2024.09.30. ⓒ뉴시스


유가족들은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면죄부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법원은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다.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파렴치하고 무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며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번 부당한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한다”며 “항소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피고인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금고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이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 대비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핼러윈데이 치안 대책 수립 과정에서 인파 집중을 예방·통제 및 관리할 경비 기능의 참여가 필요했음에도 용산경찰서 경비과를 대책 수립에 관여시키지도 않았고 별도의 경비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며 “마약류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산경찰서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금고 2년을, 박인혁 전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159명의 사망자를 낸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금고 3년을 선고 받았다. 2024.9.30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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