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택배노동자, 주 평균 노동시간 70시간 이상”

쿠팡 택배노동자 실태조사 중간보고...“분류작업 주 20시간 이상”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9.30 ⓒ민중의소리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하는 택배노동자(퀵플렉서)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 64.6시간으로, 과로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 배송의 경우, 야간노동에 대한 할증을 고려하면 평균 노동시간이 주 70시간에 달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30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쿠팡 퀵플렉스 실태조사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쿠팡 택배노동자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쿠팡 택배노동자 중 220명은 주간에 배송을 했고, 40명은 야간에 로켓배송 업무를 했다.

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으로 집계됐다. 새벽 배송을 하는 노동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54.5시간이지만, 산업재해 판단 기준에서 심야노동(오후 10시~오전 6시)의 경우 노동시간을 30% 할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70시간 이상으로 나타났다. 산재에서 과로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응답자들의 평균 근무일은 5.74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주 6일을 근무한다는 답이 68.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주 5일을 근무한다는 응답자는 21.9%였다.

노동시간은 길었지만 휴식시간은 제대로 보장 받지 못했다. 응답자 중 비정상적인 답변을 제외한 256명의 평균 하루평균 식사·휴게시간은 0.418시간으로, 평균 24분 수준에 불과했다.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에 쓰는 시간은 상당했다. 응답자들의 분류작업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24분이었다. 주 6일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주당 20시간 24분을 분류작업에 쓰는 셈이다.

대책위는 "'택배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과로방지 대책으로 합의했던 것이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었다"며 쿠팡의 사회적 합의 동참을촉구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9.30 ⓒ민중의소리


쿠팡 측은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에 대해 단순한 소분·상차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실태조사에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중 상당한 부분을 분류작업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하루 보통 10개 이상의 롤테이너를 분류한다. 이것을 쿠팡에서는 '통소분'이라고 부른다"면서 "제대로된 냉방장치도 없는 환경에서 수백개의 물품을 분류할때부터 이미 온몸의 기력이 다빠진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쿠팡 택배노동자 대부분이 다회전 배송을 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74.2%가 하루 2회전 배송, 17.3%는 하루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구역을 여러번 배송하는 다회전 배송은 노동강도와 시간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휴가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응답자 중 85.4%가 휴가를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휴가를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이유로는 '수행률 미달에 따른 클렌징 우려'(53.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쿠팡은 대리점이 배송수행률, 회수율 등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배송구역을 회수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클렌징 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배송구역을 회수당한 택배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사실상 상시적인 해고 제도라고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응답자의 68.4%가 클렌징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41.5%는 "매우 불안하다"고 답했다.

클렌징 조건 중에 하나인 배송마감시간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81.5%가 배송마감시간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답했다.

배송물건을 싣을 간선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쿠팡은 정해둔 배송 마감 시간을 준수할 것만 강요한다고 택배노동자들은 지적했다. 강민욱 준비위원장은 "주간 기사들은 신선제품을 저녁 8시까지 무조건 배송해야 한다"면서 "
물품은 캠프에 오후 3시 반, 늦게는 4시 반에도 도착하는데 그때 분류작업을 하고 차에 싣고 나가면 도대체 어떻게 8시까지 배송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쿠팡이 '택배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는 사회적 합의에 참여한 택배사들보다 근무여건이 좋기 때문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 기준이자 과로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이 확인되었고,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CLS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온 국민과 택배 관련 이해당사자가 모두 합의했던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지금 즉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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