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다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결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특검법에 대해 "정부는 이미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했으며 재의결 결과 모두 부결되어 폐기됐다"면서 "그런데도 야당은 다시금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해 정부에 이송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한 총리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처음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담은 법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나온 특검법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명품백 의혹 등이 추가됐고, 이번엔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다룰 수 있도록 변경됐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고 국회가 이를 다시 발의하는 과정에서 의혹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재의결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김 여사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 특검의 수사 범위는 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시간이 지나도 잠잠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의혹의 덩어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이 이를 '지루한 정쟁'으로 이해해주길 바라겠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에게 더 불리한 요소는 이 과정에서 정권을 지탱해야 할 세력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훈 대표 체제의 여당은 '8표'의 마지노선을 근근이 지키고 있을 뿐이다. 보수 언론들은 연일 김 여사의 사과를 포함한 정국 수습책을 제안하고 있고, 나아가 현 정부에 대한 방어를 포기할 수 있다는 위협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친정'이라고 할 검찰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나온 김 여사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과 의혹은 모두 '검찰발'이었다. 관료 사회의 냉소와 해태는 심각할 정도다.
정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면 국면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누구를 앞서느냐를 따지는 선거 캠페인이 아니다. 야당에 돌발 변수가 생기는 것과 김 여사의 광범위한 의혹을 밝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이를 거부하고 무시하는 건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여당과 검찰, 보수언론 같은 자신의 우군들이 돌아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