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역사 논쟁만 부추기는 새 독립기념관 추진 중단해야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윤석열표 친일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민주당은 "보훈부가 혈세 245억 원을 들여 새로운 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친일 뉴라이트 기념관'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독립운동을 조명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보훈부는 무장투쟁에 비해 덜 알려진 국내에서의 독립운동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독립운동을 국외 무장투쟁과 국내교육문화운동으로 갈라치는 시각 자체가 문제다. 이는 국내 독립운동이 저평가돼있다는 뉴라이트의 근거 없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부터 최근 군 정신전력 교재에 그간 수록되었던 김좌진 장군, 김구 선생 등의 독립운동가가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독립기념관이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보훈부가 자초했다. 검토 중인 부지가 독립운동의 역사가 깊은 종로구라고 했는데, 종로에 보유한 시유지는 얼마 전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을 지으려다 무산된 서울 송현광장이 거의 유일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외교중심 독립운동을 재평가하겠다고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독단적인 행동으로 여러 과오를 저질러 독립운동 당시에도 임시정부 대통령직에서 탄핵당한 바 있다.

독립기념관과 같은 역사적 상징 공간은 넓은 국민적 동의 위에서 세워야 한다. 천안에 건립된 독립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맞서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세웠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학계와 정치권 등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는 최소 조건이다. 논쟁을 부추기며 추진할 일이 아니다.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쪼개진 광복절 경축식까지 독립기념관이 역사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불필요한 역사 논쟁을 멈춰야 한다. 역사 왜곡을 부추기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은 대통령이 할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된다. 야당과의 소통은커녕 거부권 정치로 극단의 대립을 이어가는 와중에 역사 전쟁까지 치르는 것은 국민만 괴롭게 할 뿐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