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42개월 만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이는 2021년 2월 1.4%를 기록한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들어 2.8%를 기록하며 2%대를 잠시 보였으나 2월 3.1%, 3월 3.1%로 다시 3%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2.9%를 보이며 다시 2%대로 내려선 후 8월(2.0%)까지 2%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9월 물가 상승률이 1.6%를 기록하며 1%대까지 내려왔다. 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42개월 만이다.
다만 폭염으로 인해 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뛰었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한 배추는 53.6% 상승했다. 김장 채소 중 하나인 무도 41.6% 올랐다. 상추는 31.5%, 풋고추도 27.1%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지난 추석까지 높은 가격을 보였던 과실류의 가격이 떨어졌다. 사과가 4.8% 하락 전환했고, 복숭아도 20.3% 하락했다. 배는 25.8% 오르면서 상승 폭이 누그러졌다.
이밖에 쌀(-4.9%), 토마토(-10.1%), 국산쇠고기(-23%) 등도 가격이 떨어졌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신선과실은 전년 동월 대비 2.9% 하락한 반면, 신선채소는 11.6% 상승했다. 신선어개도 0.8% 올랐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0.3%로 소폭 상승했다. 2023년 7월(0.1%)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7.6% 하락한 영향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휘발유는 8.0%, 경유는 12.0% 각각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1.6% 상승했다. 한방약(12.6%), 우유(6.0%)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이밖에 공업제품 중 수입승용차(7.2%), 자동차용LPG(13.8%) 등도 가격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도시가스(6.9%), 지역난방비(9.8%) 등이 오르면서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대비 2.2%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구내식당식사비(4.0%), 치킨(5.2%) 등이 오르면서 2.6% 상승했다. 외식 외 서비스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5.1%), 공동주택관리비(5.4%) 등이 오른 영향이다.
반면 가전제품렌탈비(-6.1%), 자동차보험료(-2.7%), 보육시설이용료(-7.4%) 등은 하락했다.
공공서비스는 1.3% 상승했으며, 집세는 월세(0.9), 전세(0.1)가 소폭 상승하면서 전년 대비 0.5% 올랐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111.1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1월 1.9%를 기록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12.87로, 전년 대비 1.8% 올랐다. 2021년 8월(1.8%)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구매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17.4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지난 2021년 1월(0.8%)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9월 물가는 장기간 폭염으로 인해 채소가 상승으로 전환됐다"면서 "그러나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전년의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서 석유류가 상승 폭이 축소되면서 전월보다 0.4%p(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공 심의관은 향후 물가 변수에 대해 "농축산물, 특히 채소류는 단기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날씨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될 것 같다"면서 "석유류가 가중치가 커서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따라서 향후 (물가 상승 폭도) 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