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와 계약을 맺은 택배대리점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가 부상을 당해 퇴사를 요구했지만, 택배대리점이 퇴사를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용차비'를 요구하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CLS의 대리점이 사문서 위조 계약서를 근거로 용차비를 강제청구하려고 한다"며 "쿠팡CLS의 구역회수제도인 클렌징 제도를 악용한 갑질"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인 전 씨는 지난 3월 주선업무와 택배차량구입을 대행하는 A물류사와 계약을 맺고 중고 택배차량을 구입했다. 계약에 따라 전 씨는 A물류사의 협력업체이자 쿠팡CLS와 계약을 맺은 B대리점에서 고정적인 배송구역이 없이 백업기사로 일을 했다. 그러다 9월부터 고정구역을 배정받아 새벽 로켓배송 택배업무 일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전 씨는 발골절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B대리점에 이를 알리고 퇴사 의사를 밝혔다.
B택배사는 전 씨의 퇴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상 계약해지 의사를 밝힌 후 60일 동안 후임자가 올 때까지 일을 하거나, 용차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회사방침을 근거로 임금(수수료) 지급을 거부했다. 용차는 일정기간 동안 자신의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영업용 화물차주에게 물품 운송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부상을 당한 전 씨가 후임자를 구할 때까지 일을 하거나, 다른 화물차주에게 맡기는 비용 때문에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전 씨는 A물류사와 계약서를 썼을 뿐 B대리점이 주장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전 씨의 택배 전송운송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B대리점에서 용차비 청구의 근거로 주장한 계약내용은 없었고, 전 씨 이름으로 된 '막도장'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명백한 사문서 위조"라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전 씨는 쿠팡CLS 새벽배송 업무를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는커녕 아무런 계약서도 없이 일을 한 것"이라며 "발골절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대리점은 사문서 위조된 계약서에, 있지도 않은 계약내용을 운운하며 용차비 청구를 해야 하니 지급할 돈이 없으며 오히려 돈을 추가로 청구하겠다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B대리점이 쿠팡CLS의 클렌징 조항을 악용해 전 씨를 압박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B대리점은 전 씨가 배송을 하지 않아 수행률이 계속 깎이고 있다며 쿠팡의 클렌징 조항을 근거로 조합원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클렌징 조항은 대리점이 맡은 배송구역에서 쿠팡이 제시한 배송수행률 등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택배 노동자의 배송구역을 회수하거나 변경하는 제도다.
택배노조는 "쿠팡CLS 대리점에서 클렌징 제도를 악용해 택배노동자에게 정신적, 금전적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쿠팡CLS의 클렌징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씨는 "B대리점은 8월에 일한 수수료를 저에게 지급했어야 했지만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대리점은 앞으로 용차비용 등 회사 손해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일한 것도 보내줄 수 없고, 앞으로 용차비용 등이 더 많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에게 추가로 비용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택배노조는 그동안 쿠팡 측이 '용차비용 없이 언제든 쉴 수 있다'고 홍보한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쿠팡은 '택배 없는 날'이 아니어도 용차 비용 부담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구조를 도입했다'고 홍보했다"면서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에서도 용차비 명목으로 일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이번 대리점 임금체불, 사문서위조, 용차비 강제청구 사건을 통해 쿠팡의 기존 홍보내용이 완전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윤종오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2025년도 택배사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할 때 표준계약서에 기초하지 않은 쿠팡 위수탁계약서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쿠팡은 계약서에 배송구역을 명시하고 클렌징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