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을 시작했던 영국이 142년 만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했다. 지난달 30일 잉글랜드 중부 도시 노팅엄셔에 있는 랫클리프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했다. 랫클리프 발전소는 2000Mw급 발전소로 발전을 시작한 지 56년 된 노후 시설이었다. 지난 4월 미국 등 G7 국가들은 2035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7년 프랑스, 2030년 캐나다. 2038년 독일이 영국의 뒤를 따를 예정이다.
G7국가 중 가장 먼저 석탄발전의 불을 끈 영국은 1980년대까지 꾸준히 석탄 발전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1998년 유럽연합이 이산화황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한 LCPD(대형 연소 플랜트 지침)을 발표하자 영국도 이를 받아들였고, 2008년엔 더 강화된 LCPD도 도입했다. 같은 시기에 통과된 기후변화법은 탈석탄으로 가는 길을 법제화했다. 2010년 이후 영국에서는 더 이상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았다.
영국의 탈석탄을 뒷받침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다. 석탄 발전이 감소하는 동안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2013년 6%에서 작년 33%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대기오염과 같은 외부효과를 에너지 가격에 반영해 전력시장의 구도를 바꿨고, 10년이 훌쩍 넘는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일정을 제시해 탈석탄이 낳을 충격을 최소화했다. 영국의 이런 경험은 탈석탄 후발국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21세기 들어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도 탈석탄이라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 계획이 중요한 에너지 전환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조점이 바뀌는 건 커다란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보수당 정부는 때때로 혼란스러운 정책 신호를 냈지만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기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반면 우리 정치권의 합의 수준은 여전히 낮다. 2021년 이후 새로 가동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만 7기에 이른다. 이들 발전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계획됐고, 탄소중립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도 이를 되돌리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아예 기존 석탄발전소를 개·보수해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다. 2023년 한국의 기후대응지수(CCPI)는 67개국 중 64위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와 기후 정책이 수준에 못미쳤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