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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패스트패션 제한법, 프랑스 하원 통과의 의미


더 싸고, 더 빠르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이 주목받았다. 특히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며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를 바꿔놓았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유행에 맞춰 출시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트렌드를 반영하여 등장한 신상품을 장바구니에 추가하게 된다. 이는 비단 유행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만 해당되는 모습은 아니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패션 시장은 하나의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소비층을 타겟으로 더 빠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사업 모델을 내놓는다. 중국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쉬인은 2020년까지만 해도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 12%였으나, 2년 만에 대표적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와 H&M을 앞질러 2022년에는 점유율 50%의 시장 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1) 이 브랜드는 평균 가격 1만 4,000원의 초저가 전략과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10일 목표의 빠른 신제품 출시(타 브랜드 평균 3주2))를 무기로 전 세계 150여 국가에 제품을 배송하며 공격적으로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패스트패션’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 의회는 쉬인과 같은 기존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더 짧은 빈도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울트라 패스트패션(ultra-fast fashion)’ 브랜드라고 지칭한다. 이탈리아 반독점 규제당국인 AGCM(Italian Competition Authority)처럼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사실과는 다르게 판매 제품을 친환경적이라고 속이는 등의 부당한 광고 행위(그린워싱)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는 상황도 발생했다.3) 각 나라들은 왜 패션 업계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을까?

프랑스 의회가 특히 중국의 대량 생산업자들로부터 저가의 패스트 패션을 구매자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련의 조치들을 지지했다고 AF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4.03.16. ⓒ뉴시스

왜 패스트패션은 문제인가?

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에서 초저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이를 한꺼번에 꺼내서 보여주는 동영상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4) 영상 속 소비자들은 입어보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용해, ‘보물찾기’방식으로 택배를 열어보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판매자가 업로드한 상품과 실제 수령한 옷이 다르다는 점이 영상 시청자이자 ‘잠재적 소비자’들의 웃음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하지만 ‘보물’이 되지 못한 옷들은 어떻게 될까.

환경부(2024)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폐의류는 10만 톤을 초과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버려진 의류들은 수거 및 재활용률마저 낮은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의 연구(최연석 외, 2022)는 지구 전체에서 매년약 1억 톤의 의류가 생산되고 그 중 약 15%만 재활용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75%는 소각되거나 매립 되어 대기와 토양오염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 버려지는 옷 뿐 아니라, 아예 판매되지 않는 옷들도 존재한다. ACTA(호주순환섬유협회, Australian Circular Textile Association)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모든 의류의 약 30%가 판매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2021년에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5)에 따르면, 매년 만들어지는 1,000억 벌의 옷 중 약 33%인 330억 벌이 같은 해에 버려지고, 실제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옷의 양이 30kg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상당수 미판매 재고는 업사이클링이나 기부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소각된다. 영국 순환경제 연구기관인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따르면, 매년 판매되는 1,000억 벌의 의류 중 중 73%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방식으로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 

멀쩡한 옷이 소각되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재고를 소각하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할 수 있어 세금을 절감할 수 있고, 재고를 창고에 보관하며 관리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고 처리 방식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옷을 그대로 폐기하고자원 및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적일 뿐 아니라,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옷장에 있는 흰색 면 티셔츠와 청바지의 사례를 살펴보자. ‘2,700L’. 이 수치는 흰색 면 티셔츠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양이다. 이는 한 사람이 3년간 마시는 양에 맞먹는다. 또한 청바지 하나에  33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는 자동차로 11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에 해당한다. 1년에 만들어지는 청바지는 40억 벌에 달한다.6) 국제연합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은 전세계 항공기,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더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패스트패션에 대한 저항

이러한 패스트패션의 무분별한 의류 생산과 폐기에 적극 대응하는 나라들도 있다.  로이터의 보도7)에 따르면, 지난 3월 프랑스 의회는 해당 브랜드들이 2030년까지 판매 품목당 최대 10유로(약 1만 5,000 원) 혹은 의류 판매 가격의 최대 50%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이하, ‘패스트패션 제한법’)을 제안 했다. 현재 패스트패션 제한법은 프랑스 하원을 통과해 상원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8) 이 뿐 아니라, 프랑스는 이미 2020년에 「낭비방지 및 순환경제에 관한 법률(Loi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e gaspillage et à l'économie circulaire)」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류, 신발 등 미판매 재고품의 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며, 건강 및 안전 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고품을 기부하거나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했다. 2020년 독일은 「순환경제법(Kreislaufwirtschaftsgesetz , KrWG)」을 개정하여 미판매 제품 등에 대해 주의 의무(duty of care)와 보고 의무(reporting obligation)를 규정했다. 해당 법은 주의 의무 이행을 위해 제품의 △특성 △수량 △소재 △폐기 등을 문서화함으로써,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고 제품 낭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2024년 7월부터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을 정식으로 발효했다.9) 2025년에 에코디자인 규정 실무계획을 채택하여 우선순위 품목군을 설정하고, 2026년에 ‘미판매 제품 폐기 보고 및 섬유 제품 폐기 금지’가 가장 먼저 시행된다. 즉, 해당년도부터 의류나 신발 등의 품목은 제품을 판매하지 못했더라도 그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원천금지된다.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 S ⓒ뉴스1

한국에서도 제21대 국회에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장혜영의원 대표발의)10)된 바 있다. 해당 법은 사업자가 재고품을 기부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품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순환이용 촉진 대상 품목에 의류를 추가함으로써 의류의 재고 폐기를 막고자 했다. 비록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해당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의류 재고 폐기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고 자원순환사회 이행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요구가 높아지면서 후속 관련 제도 개선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민 개개인이 패스트패션 브랜드 소비를 지양하고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실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업계 내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다리기에는 기후위기의 심화가 너무 빠르다.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국가들의 대응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또한 패션업계의 시장 과열을 막고, 순환경제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정비하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 

필자주
1)https://secondmeasure.com/datapoints/fast-fashion-market-share-us-consumer-spending-data-shein-hm-zara/
2)https://dito.fashion/IssuePeople/?idx=17271152&bmode=view
3)https://www.yna.co.kr/view/AKR20240925169900109
4)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41514185947182, https://www.yna.co.kr/view/MYH20240605017300641
5)KBS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6)https://avantiresearch.com/news/sustainability-seconds-review-can-fashion-ever-be-sustainable
7)https://www.reuters.com/world/europe/french-lawmakers-approve-bill-apply-penalties-fast-fashion-2024-03-14/
8)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32605.html
9)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407111432001#c2b
10)https://www.jipyong.com/kr/board/news_view.php?seq=13054&page=9&value=&type=&nownum=72

참고

패스트 패션 : 중국 브랜드 쉬인은 어떻게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었을까? - BBC News 코리아

[패스트 패션] 쉽게 사고 버린 옷에 망가지는 지구

[환경과 패스트패션] 버려지는 옷 10만 톤… 태우고 묻고 '병드는 지구'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쉽게’ 사고 버려지는 옷 | 나라경제

중국 테무·쉬인에 칼 빼든 프랑스 … "환경·사회 문제 심각" - 세이프타임즈

[FOR A BETTER LIFE] '재고 상품' 불태운다? 지구 생각 좀 하세요!

식어가는 美 패스트 패션 열풍 속 다시 주목받는 ‘슬로우 패션’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J2I3G1C1B2D1B1A0B5Z3I1G5F1E9E3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재고 폐기 금지 방안 토론회 자료집 : 다시입다연구소

KBS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2021.07.01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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