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내 아이의 범죄’ 앞에 세운 도덕 잣대, 영화 ‘보통의 가족’

영화 '보통의 가족'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안락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던 형 재완과 동생 재규가 각자 아내를 데리고 고급 레스토랑에 모였다.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노숙자를 죽였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살인을 알게 된 후 모이게 된 식사 자리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경치 좋은 집에서 진행된다. 디너 장소는 우아하고 품격 있어 보이지만, 식사 분위기는 다르다. 폐부를 찌르는 긴장감과 극적인 돌풍이 쉬지 않고 일어났다가 가라앉길 반복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 사람이 '내 아이의 살인'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각자의 다른 철학과 도덕 잣대를 가지고 있던 인물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현미경을 들이댄다.

이를 위해 영화는 첫 번째 디너에서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형 재완은 살인자를 변호할 정도로 물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 있는 변호사다. 동생 재규는 따뜻하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재완의 아내 지수는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초보 엄마로, 가족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재규의 아내 연경은 성공한 프리랜서로 아픈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보통의 가족'의 묘미는 단단한 도덕적 잣대와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 '자식의 살인' 앞에선 도덕 잣대를 스스로 흔들기도 하고 뿌리 채 뽑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 네 인물의 튕김과 맞부딪힘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다. 무엇보다 이런 심리적·정서적 충돌을 표현해 내는 네 배우의 호연은 영화의 꽃이다.

내 아이의 살인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때론 '나와 먼 일' 혹은 '특별한 사건'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내 자식이 다른 사람을 죽였다면?"에 관한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하게 된다. 부정하고, 긍정하고, 호응하고, 반박하는 시간의 연속을 맞닥뜨린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결국 영화 속 사건은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보통의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된다.

영화의 원작은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인 헤르만 코흐(Herman Koch)가 쓴 소설 '더 디너(The Dinner)'다. 원작 소설은 동생 부부가 형 부부를 만나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레스토랑에 가기 위한 장면이 여러 장에 할애될 정도로 묘사가 치열하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활용해 스크린 속 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을 집요하게 담아낸다. 스크린 속엔 인물이 가진 복잡한 심경과 심리 묘사가 매우 입체적으로 잘 표현됐다.

심각한 주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들이 있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이 출연한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현재 부산에서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에 공식 초청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는 오는 10월 16일에 개봉한다.

배우 설경구(왼쪽부터), 장동건, 김희애, 수현, 허진호 감독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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