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멍청한 윤석열-김건희 부부, 시간은 절대 너희들 편이 아니란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재의결에서 또 부결 폐기됐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4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 눈길을 끌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좋은 일이냐? 천만의 말씀. 이 사건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너희들에게 더 불리하다. 사법적 형량으로도 그런데, 정치적 지형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이 칼럼을 통해 몇 번이나 강조한 것이, 지금이라도 청구서 한 두 장 정도는 미리 받아두는 게 댁들 부부의 정신 건강에 그나마 좋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잘 읽어보면 내 말이 맞다는 것을 (머리가 모자걸이가 아닌 한) 알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설마 머리가 모자걸이냐?

이 짓을 반복하는 부부의 심리는 아마도 ‘시간을 끌자’는 것일 테다.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믿는 모양인데 그건 시간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시간한테 물어보면 절대 네 편이 아니라고 할 것 같은데?

시간에 기대려는 얄팍한 심리

윤석열-김건희 부부처럼 ‘버티면 살 길이 생길 거다’라고 막연히 믿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 인간은 과거를 꽤 빨리 잊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뇌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정확하게 저장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뇌는 효율적 움직임을 위해 편법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몇 가지 중요한 기억을 박제시킨 뒤 즐겨찾기 하듯이 꺼내 쓰는 경우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뇌가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수증기를 보면 사람은 “앗 뜨거” 하고 피한다. 그런데 드라이아이스에서 연기 비슷한 게 나오면 피할 이유가 없다. 그건 안 뜨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사람들은 피한다. ‘연기가 나면 일단 피해!’라는 기억을 뇌가 박제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용량의 한계가 있는 뇌가 혹사당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기억에 관해서도 뇌는 이런 편법을 쓴다. 자기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기억한다면 뇌가 얼마나 피곤하겠나? 그래서 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기억을 지워나간다.

어떤 기억을 가장 먼저 제거하느냐? 당연히 나쁜 기억부터 제거한다. 그걸 기억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으로 가득 차야 인간이 더 활동적이고 낙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실제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 칼리지런던 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 중 상당수가 2001년 9.11 테러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응답자 중 절반 정도는 9.11 테러의 아픈 기억을 작년 여름의 기억보다도 더 못 기억하고 있었다. 담아두기에 9.11 테러가 너무 아픈 기억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을 시간에 기대 희석시키려는 얄팍한 시도를 한다. 나는 때때로 “윤석열이 전두환이나 노태우보다 더 XXX인 것 같아”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데, 이것 또한 뇌가 저지르는 망각의 오류다.

윤석열이 매우 XXX인 것은 맞는데 전두환이나 노태우보다 XXX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전두환과 노태우가 남긴 아픈 기억은 사람들의 뇌에서 점차 잊힌다. 시간이 부리는 마술이기도 하다.

시간은 너희들 편이 아니다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윤석열-김건희 부부 편이 아니라고 내가 단언하는 이유가 있다. 뇌가 아무리 과거의 나쁜 기억을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들, 그건 마무리가 된 사건에 한해 그렇기 때문이다. 뇌는 마무리가 되지 않은 사건을 한사코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 역시 뇌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는 시도 중 하나다. 마무리가 된 사건은 잊어도 괜찮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지장이 별로 없다. 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은 사건은 기억해야 한다. 마무리가 안 됐으니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선물을 받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모습.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시험을 보는 순간까지는 암기한 것이 기억이 잘 난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는 순간 암기한 것은 귀신같이 머리에서 사라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험이 마무리가 됐으므로 그걸 더 암기하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절단신공이라 불리는 기술이 있다. 영어권 사람들이 클리프행어 엔딩(Cliffhanger Ending)이라 부르는 기술이다. “사실은 회장님이 너의 아···”에서 끝내는 거다. 사실은 회장님이 아 뭔데? 아버지? 아저씨? 아모르파티? 아싸라비야? 아 뭐냐고!

이렇게 미완성인 상태에서 끝나면 사람들은 이걸 절대 못 잊는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미완성 효과, 혹은 연구자의 이름을 따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부른다.

왜 시간이 윤석열-김건희 부부 편이 아니냐? 마무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나는 김건희가 저지른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해 대부분 매우 강한 확신(당연히 유죄)을 갖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죄에 대한 대가가 무기징역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건희를 미워하는 것과 별개로 감정과 법은 다르다.

그런데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끈다? 이러면 사람들의 상상력은 날개가 돋는다. 피하면 피할수록 김건희가 유죄라는 심증은 더 깊어지고, 사람들은 그가 저지른 짓이 의 거의 ‘죽을 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누가 만들었냐? 댁들 부부가 만든 거다.

시간이 댁들 편이 아니라는 것은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이 60~70%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잊힐 사안이었으면 이런 여론이 나올 수가 없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김건희 보호하는 데 다 쓸 모양인데, 후훗, 그러시던지.

과거에 잘 안 그러던 조선일보조차 요즘 김건희 특검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왜겠냐? 질질 끌어봐야 시간이 댁들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머리를 모자걸이쯤으로 활용하는 댁들 수준에는 지금 거부권이 정답인 것 같겠지만 두고 보시라. 후회를 바가지로 하는 날이 올 거다. 의외로 그날이 멀지 않았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