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과거 정권에서 얌전하게 일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전투력을 ‘극뿜’하는 뭔가에 씐 사람들로 변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인 지도자가 있을 때 자신들의 지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며 지지를 받았던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고 비지성적인 지도자가 들어섰을 때는 기존의 지성들과 전문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뭔가를 맹렬히 추종하는 사람들로 인지부조화의 모습을 보일까.
수많은 조직들을 연구한 결과 재니스 교수는 다양한 의견에 따른 인지부조화가 전혀 다른 의사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적 수준이 높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강력한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성과 전문성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토양이 있고 그릇이 있어야 담아지는 것인데 뭔가를 이야기하면 격노하는 지도자 앞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다. 소위 자신만이 옳고 탁월하며 나머지는 열등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통제적 사고관을 갖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 한마디로 자신의 지위를 내놓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결국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은 무수히 많다. 사실 탁월함도 원래부터 탁월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모방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며 헤쳐 나옴으로써 탁월함을 만든 것이지 원래부터는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악마의 대변인이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집권세력이나 다수파에게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말은 원래 가톨릭에서 모범적인 신앙인을 복자로 인정하는 시복과 복자를 성인으로 인정하는 시성을 심의할 때 후보자의 결점이나 미심쩍은 점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들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각)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4.10.07. ⓒ뉴시스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파에 의도적으로 반론하는 사람 인지부조화는 결국 파멸의 길로 리더는 실수를 인정하고 악마의 대변인이라도 만나야
요즘 윤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언론탄압이나 말만 하면 전쟁을 운운하는 모습을 통해 일방주의로 가려는 모습은 지금의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풍전등화에 몰려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대해 반대를 한다고 억압하고 압수수색이 조롱이 된 사회에서 언론은 기능 부전에 빠졌고, 윤정권이 뭔가를 해도 경멸과 불신으로 응답하는 다수의 비판적인 여론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억압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지위와 위치는 더욱더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역사를 통해 어느 시대의 ‘악’은 새로운 시대에 ‘선’이 되기도 하고, 어느 시대의 ‘선’은 새로운 시대에 ‘악’이 되기도 한다. 역사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몇몇 소수의 엘리트들이 선과 악을 통제하려 해도 그 의도대로 되지 않았고, 다양한 사고와 열린 방식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과 악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제에 봉착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네 편 내 편을 나누고, 내 편을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아니라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가 저 사람을 믿을 만하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을 믿기보다 그 사람의 언행에 옳지 못할 때 그 언행을 비판하는 것조차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메타인지가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되짚어 보고 살펴봄으로써 스스로를 바꾸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이들은 아무리 분명해 보이는 주제라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악마의 대변인 말조차 마다하지 않았기에 성장하였으며 반대편에서도 믿을만한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자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메타인지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할 것이다. 경기도 안 좋고, 이후 전망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제발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씨알들의 마음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수많은 모략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대책이 될 수도 없다.
사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악마의 대변인이라도 만나는 일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