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이란과의 전쟁이 이스라엘의 악몽이 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0월 4일(현지시각)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대사원에서 금요 예배 중 설교하고 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피살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재보복하면 더 강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하마스가 주도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본토 공격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이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넘어 레바논으로 확산됐고, 이란과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마스의 강력한 동맹 세력인 헤즈볼라의 수장은 지난 9월 말 휴전에 동의하고 이를 미국과 프랑스에 알렸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27일 이스라엘이 그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다. 이렇듯 이스라엘이 긴장 고조를 원했지만, 그 결과는 이스라엘의 뜻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미들이스트아이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Netanyahu’s dream was a US war with Iran. It is now Israel's nightmare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에게 지금이 기쁨의 순간이어야 했다. 40년에 걸친 그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의 모든 테러 국가를 파괴하겠다’는 목표가 이제 손에 닿을 듯하다.

네타냐후는 지난 40년간 일관된 전략을 고수해 왔는데, 그가 1986년에 쓴 책 『테러리즘: 서방이 승리하는 방법』에서 제시한 이 전략대로 지금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 책에서 테러리즘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해하거나 부상 입히며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1년간 가자에서, 그리고 지금 레바논에서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적확한 묘사라 할 수 있다.

네타냐후의 ‘테러와의 전쟁’ 이론은 무엇보다 무력에 의존한다. 2002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그는 ‘사담 후세인과 그의 정권을 제거하면 그 여파가 지역 전체에 엄청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권 교체로 중동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던 존 티어니 의원은 ‘그건 단지 추측인가, 아니면 어떤 증거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네타냐후는 개의치 않고 ‘1986년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나는 테러 정권과 테러는 군사력으로 다뤄야 한다고 책에서 썼다’고 대답하자 티어니가 다시 물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했던 것처럼 말인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2003년부터 외무장관이었던 네타냐후는 답했다. ‘그때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이 도망치고 많은 아랍 및 이슬람 국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년 동안 이어졌고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네타냐후 말대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중동 전역을 휩쓸자 이라크, 레바논, 리비아,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친서방 성향의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더욱 가까워졌다.

네타냐후의 당시 발언은 그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 그는 부동산 투기꾼처럼 가능한 한 많은 땅을 차지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부동산에서 ‘위치, 위치, 위치’가 중요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 승리, 승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침공과 내부 붕괴

그는 ‘승리를 거듭할수록 다음 승리는 더 쉬워진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첫 승리는 이라크에서의 두 번째 승리를 더 쉽게 만들고, 이라크에서의 승리는 또 다른 승리를 더 쉽게 만들 것이다. 내부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 보장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네타냐후가 말한 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2011년에 중동 전역에서 내부 붕괴가 일어났고, 반혁명으로 인해 중동 질서는 더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바뀌었다. 2011년 이후 중동 질서는 이스라엘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고, 2020년 아랍 4개국과의 정상화 협정은 이 전략의 정점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에 대한 어떤 양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갑자기 바뀌었다.

지옥문이 열리다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 이후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전략은 붕괴됐다. 그는 가자를 포위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협력하게 하고 아랍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로 점령지를 점진적으로 식민화하려 했지만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10월 8일 이후 네타냐후와 그의 동맹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하고 식민화를 가속화했다.

최근 하산 나스랄라의 암살로 네타냐후는 지옥문을 열었다. 헤즈볼라 지도자를 무모하고 대담하게 암살하며 수십 톤의 미국산 폭탄으로 한 블록을 통째로 파괴하고, 이란의 고위 지도자도 사살했다. 이란의 반격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레바논 외무장관 압둘라 부 하빕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암살 직전 휴전에 동의했고 레바논 정부는 이를 미국과 프랑스에 알렸다. 두 나라는 네타냐후가 그 계획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이란 최고 지도자는 나스랄라에게 암살 계획을 경고하며 이란으로 피신하라고 충고했다.

UN에서 연설하던 네타냐후는 국제기구를 ‘반유대주의 독설의 소굴’이자 ‘어둠의 집’이라 부르며 팔레스타인의 본거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기고 있다’고 선언했으나, 대표들은 실망해 자리를 떠났고, 텅 빈 회의장만 남았다. 22년 전 그가 자랑했던 ‘승리, 승리, 승리’ 전략은 이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는 40년 전 자신이 대사로 앉아 있던 시절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UN에 의석조차 없었다. 그러나 2024년 6월 이후 팔레스타인은 193개 회원국 중 146개국의 승인을 받아 UN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지난달 총회에서는 이스라엘이 12개월 안에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야 한다는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7월에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그러나 네타냐후에게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바로 미국의 무한한 무기 지원과 외교적 보호다. 이스라엘 분석가 오리 골드버그는 ‘이스라엘에게 나머지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몇몇 동맹국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세계와 맞서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네타냐후는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7개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모세가 가나안 정복 당시 이끈 전쟁에 비유했다. 그가 지목한 7개 전선은 가자, 유대와 사마리아(점령된 서안), 레바논, 예멘, 이라크, 시리아, 이란이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절반과 전쟁 중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다

네타냐후가 22년 전 예언했던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라는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과 같은 국가들조차 가자에서의 파괴와 레바논으로의 전쟁 확장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아마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네타냐후가 또 다른 승리를 거두면, 이 국가들이 다시 줄을 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승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레바논 전쟁 초기인 현재 지도부 제거 전략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여전히 이스라엘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레바논의 수렁은 네타냐후의 꿈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

게다가 이란이 있다. 네타냐후는 오랫동안 미국과 이란 간의 전면전을 염원해왔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승리의 순간이어야 했다. 가자, 레바논, 테헤란에서 벌인 잔인한 공격이 중동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이제는 승리의 시간이 와야 할 터였다.

그러나 이란은 텔아비브에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군사 기지를 타격하며 반격했다. 민간인 피해가 없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 전략 관점에서 실패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의도된 것이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하루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은 도하에서 이란 대통령을 만나 ‘이란과의 모든 갈등을 영원히 끝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새로운 중동이 아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악몽이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이제 그 고립의 현실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네타냐후에게 중동 전면전은 마지막 승부수다. 나스랄라 암살 이후, 이스라엘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아니다. 리타니 강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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