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나아지고있다” 주문만 외우는 윤석열 정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낙관론이다. 대통령, 국무총리에 이어 경제부처 수장까지 “나아지고 있다”고 주문을 외우는 중이다.

최 부총리는 1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수출 호전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생산, 설비투자가 플러스로 전환된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보여주고 싶은 숫자만 골라 홍보해야 하는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정부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바닥을 친 것”은 수출 대기업과 그에 관련된 일부 중견기업들 뿐이다. 내수는 한겨울이다. 혹한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 조차 최 부총리와는 다른 평가를 내놨다. 최 부총리가 국감장에서 “경제 나아진다”고 말하던 시간에 발표된 KDI ‘경제동향 10월호’에는 “미약한 내수로 인해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담겼다.

KDI는 체감 경기와 직결되는 내수 소비와 관련 “상품 소비는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승용차(-4.1%), 가전제품(-4.4%), 통신기기 및 컴퓨터 (-14.1%), 의복(-3.5%) 등 거의 모든 품목이 마이너스다. 이제는 기시감이 든다. 경제단체가 발표하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하락세다. 이런 하락세는 ‘카드 대란’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수의 또다른 축인 건설 투자와 관련 KDI는 “건설기성의 감소세가 지속됐고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기성은 전달 -5.2%에서 이번달 -9.0%로 감소폭이 대폭 확대됐다. 그나마 정부가 발주하는 토목 부분이 지난달 8.5% 증가했지만, 이번달엔 3.6%로 증가폭이 반토막 났다.

정부는 5개월째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주문을 외우지만, 숫자에는 주술이 통하지 않는다. ‘내수가 경기를 제약하고 있다’는 KDI의 경고가 넉달 연속 이어지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때다. 지역사랑상품권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라사랑상품권이나 국민사랑상품권이면 어떤가. 사용처와 사용방법도 정부가 내수 촉진용으로 정밀 설계하면 된다. 전국민이 부담스럽다면 소득하위 70%, 아니 중위소득 이하만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야당도 동의하지 않았나.

최 부총리는 “맞춤형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거나, “누적된 고금리 고물가 영향이 내수 부진 원인”이라는 책임 전가용 왈가왈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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