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김건희 여사를 때리고 있다. 10일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검찰이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전날에는 아내의 역할만 하겠다던 김건희 여사의 예전 발언을 연상시켜 ‘약속대로 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명품백 사건은 몰카공작’이고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용 악법’이라며 최근까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행사를 지지해 왔다. 김 여사 문제로 대통령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고개부터 숙이던 과거와 다른 모양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발언수위만 높아졌지 행동은 달라진 것이 없다. 법무부 장관 시절 김 여사의 범죄의혹을 교묘하게 감싸주던 것부터 성찰하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여러차례 당론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다. 대신 김 여사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여권 내의 권력투쟁에 활용하려는 의도는 엿보인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 거친 말을 쏟아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확인된 것만 종합해봐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한 대표의 탓이 크다. 검찰 수사 결과 범죄혐의가 입증되었는데 기소조차 안한 건 그의 장관 재임시절이었다. 당시 검찰총장 이원석은 ‘이 사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구사하며 지능적 법기술을 발휘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한 대표의 사람이었고 한 대표가 추천한 총장이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현 검찰총장이 한 대표와 불편한 관계임을 감안하면 한 대표가 김 여사 불기소에 대해 경고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불기소에 대해서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한 대표는 정략적 사고로 김 여사 때리기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야한다. 불기소로 가닥이 잡히면 국회의 권능을 발휘해 상설특검을 활용하든 다시 특검법을 내든, 여당대표로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유체이탈도 이런 유체이탈이 없다. 양심불량”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유 의원의 말처럼 유체이탈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불기소에 대해 국회의 권능을 보여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