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도서관 폐기 대상이 된 사태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이 책임을 부인하자 진보당이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이른바 유해도서 폐기 사태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대상으로 포함된 것이 다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11일 “경기도교육청은 특정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각 학교에서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판단을 통해 자율적이고 균형적인 관리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1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사과하고 반성하고 되돌리면 될 일에 경기도교육청의 행태는 그야말로 끝까지 뻔뻔하고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서 알아서 자체적으로 도서를 폐기라도 했다는 건가”라며 “이 모든 사태는 경기도교육청의 공문 하달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지난해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담긴 관련기사 링크를 참고용으로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앞서 경기지역 보수단체들은 교육청 앞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성교육 관련 유해도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교육청은 공문을 학교로 보내면서 각종 보수성향 학부모단체 또는 보수 개신교 계열 학부모단체가 이른바 음란도서 또는 선정성 유해성 도서 폐기를 요구하는 9개 언론보도를 함께 전달한 바 있다. 일선 학교는 공문을 참조로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를 폐기하는 절차를 밟았다.
진보당은 “보수성향 단체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며 기자회견을 하자 이에 대한 그 무슨 교육적·객관적 판단도 없이 그대로 ‘복붙’하여 일선 학교에 시달하지 않았나”라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일선 학교에 뒤집어 씌우겠다니, 보는 국민들의 낯이 다 뜨거워진다”라고 성토했다.
진보당은 “정부에서 문화예술인들을 감별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것도, 그에 따라 억압하고 핍박을 가했던 것도, 일부 극우보수단체들이 이에 편승하여 겁박의 방식으로 책 폐기를 요구했던 것도, 이를 빌미로 도교육청이 나서 일선 학교에 압박을 가했던 것도, 모두 다 하나같이 해외토픽감”이라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