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해영의 지정학산책] 평양상공 드론? 그리고 ‘전략적 인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 ⓒ뉴스1

평양상공에 드론이 떴다? 우리측은 처음 아니라고 했다가 아예 확인을 거부했다. 그리고 북을 향해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요컨대 결론부터 말하자.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은 ‘전략적 인내’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종류의 도발은 그 자체로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이다. 도발을 통해 상대의 대응태세와 결의를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위기관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긴급하다.

예를 들어 첫째, 지난 5월 말 러의 ICBM 조기경보용 전략적 레이더(보로네즈DM)를 우크라이나를 시켜 드론으로 공격한 뒤 실제 러가 전술핵으로 대응하는지 간을 본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장과는 전혀 무관한 곳이었다. 러시아 핵독트린에 따르면 핵심 군사시설이 공격받았을 경우 핵사용이 허가된다. 실로 3차대전 위기의 순간이었다.

둘째, 이스라엘이 하니예 하마스수장,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를 암살한 것도 그렇다. 서아시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켜 확전, 속전을 통해 미국의 개입과 지원을 확보하려는 것은 네타냐후의 기본 전쟁계획이었다. 이는 서아시아 지정전략적 구도의 재편을 통해 미국패권을 유지하려는 바이든정권의 이해와도 맞아 떨어진다.

셋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인 필리핀의 마르코스를 사주해 남중국해에 군사시설을 구축한 뒤 중국의 반응을 보고, 이를 통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 그리고 최근 라이칭더 대만총통의 대만독립 발언도 그렇다. 즉 이렇게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긴장고조는 미, 영, 호주의 오커스 군사동맹을 확장해서 한미일 군사동맹, 미필 군사동맹과 통합하는 근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글로벌나토를 결성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 예로 든 모든 것이 본질은 다르지 않다. 미국은 패권의 위기를 글로벌차원에서 긴장을 격화시켜 한편으로 우군을 결집하고, 다른 한편으로 적군을 소모전으로 끌어들여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목표는 얼마전 우크라이나전쟁을 계속하는 이유와 관련해 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서방의 패권(Western Hegemony)”을 위해!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세계 3차대전으로 가는 ‘방아쇠trigger’로 4가지를 들 수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다. 장거리미사일의 경우 나토군의 좌표 제공과 요원 제공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곧 나토의 대러시아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미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해 러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나토의 장거리미사일 제공계획은 공식적으로는 ‘잠시’ 보류된 상태다.

둘째,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여부다. 표면적으로는 10월 1일 이스라엘 전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한 나스랄라 암살에 대한 이란의 응징보복에 대한 이스라엘측의 재보복의 형태를 띤다. 폭격 대상으로는 이란의 핵, 정유, 군사시설이 꼽힌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시 핵독트린 변경,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공언한 상태다. 이란은 사실상 핵보유 ‘문턱’ 국가다. 현재 보유한 농축우라늄만으로도 수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다.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 상당한 미사일 전력만으로 ‘억제력’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할 때 남은 단계는 핵보유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란의 핵보유는 미국으로선 북핵 못지 않은 글로벌 전략적 판단 사안이다.

셋째, 필리핀의 반중국 해상도발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대응 여부다. 남중국해의 해양주권을 놓고 관련국들은 매우 오래된 지루한 싸움을 해왔다. 여기에 미국은 제2의 CIA라는 NED을 통해 필리핀의 여론을 반중국 쪽으로 유도해 왔다. 마르코스 정권 역시 미국의 뒷배를 이용해 중국과의 경제수역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보기에 따라 대만보다 남중국해가 분쟁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넷째, 한반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0월 7일 주체적 국방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최고전당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과거 '국방종합대학'으로 개교했으나 지난 2016년 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군사초강국, 핵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며칠 전 국방종합대학교 연설에 비상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설에서 김정은은 북은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의 ‘남녁 해방’, ‘무력통일’등과 관련 사실상 이를 완전히 기각하는 언급을 한다. 나는 최근에 북측에서 나온 각종 성명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발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연설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힘의 균형의 파괴는 곧 전쟁”이라고 했다. 여기서 키워드는 ‘전략적 힘의 균형’이란 말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지금 한반도 정세가 ‘전략적 힘의 균형’상태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 엎어지면 한반도가 전쟁의 발원지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법하다.

나는 특히 북러조약 이후 이 정세를 좀 다른 말로 표현해 왔다. 한반도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ance Destruction)’로 진입했고 이를 달리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라고도 부를 수 있다고 말이다. 미소냉전기 쌍방의 핵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이 개념은 지금 한반도 쌍방 혹은 양 블록의 힘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하다고 나는 본다. 특히나 올 3월 바이든 정권은 기존의 ‘핵사용 지침’을 개정했다. 즉 중국의 핵전력이 향후 10년내 미국의 실전배치핵 1500기에 필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건에서 3개의 전선, 3개의 핵전쟁을 상정한 전략설계를 요청했다는 말이다. 이 3개의 핵전쟁 전선이 중, 러, 그리고 북한이다. 한반도를 핵전장으로 상정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맞추어 한미는 이미 한미일 3각 군사동맹뿐만 아니라 나아가 ‘통상-핵전력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개념을 새로이 합의하고, 7월말에는 평택 미군기지에서 도상훈련을 9월 초에는 워싱턴에서 도상 시뮬레이션까지 끝낸 상태다. 특히나 미 대선을 앞두고 한국군을 미국의 핵전략에 불가역적으로 편입시켜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평양 상공의 드론 하나로 위에서 말한 ‘전략적 힘의 균형’이 바뀌지는 않는다. 당연하다. 하지만 저것이 사실이라면 드론의 좌표 설정이나 기종 조달 등은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북한인권단체가 저런 군사적 전문역량을 갖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어떤 누군가가 이런 도발을 통해 북의 태세를 간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은 궁극적으로 북의 억제력을 부단히 흔들어 정세를 일정하게 에스컬레이션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과거에도 그렇고 향후에도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북한 또한 사안별 대응보다는 확고한 전략적 방침에 나침반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평화공존’이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시 1년만에 한국은 GDP 약 40% 감소를 겪게 된다. 대만 유사시를 보더라도 한국은 GDP 약 23%가 감소한다. 한반도와 대만의 분쟁은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면, 이른바 ‘유사시’ 한국은 1년만에 GDP 약 60%를 잃는다. 한마디로 경제적으로 망국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우리에게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핵무기로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뉴스1

한반도 분쟁이 통상무기로만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인명피해와 관련 누구라도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누크맵Nukemap’이라는 앱을 통해 핵실험을 해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단 한 발(300킬로톤급)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때 사상자가 400만명 가까이 발생한다. 마찬가지 미국의 트라이던트D5급(455킬로톤급) 핵탄두 한 발을 평양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사상자가 200만명에 육박한다. 쌍방이 10발 이상씩 발사할 것이므로 이 민족은 이로써 지구상에서 사실상 사라진다.

현재의 조건이 불변이라면 한반도에서의 모든 군사적 충돌은 필시 국제전화, 핵전쟁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모두의 절멸을 의미한다. 북이 군사분계선에 대규모 장벽을 쌓을 것이라고 한다. 전쟁보다는 분명히 나은 선택이다. 남북한이 갈라져서도 싸운다면 이는 필요충분히 갈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공존은 아니다. 그리고 북은 장차의 발전경로를 다극화세계에서 유라시아방향으로 잡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과도기에 ‘전략적 인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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