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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한동훈은 도대체 잘 하는 게 뭐냐?

요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표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는 뉴스를 봤다. 그런 뉴스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이 인간은 도대체 잘 하는 게 뭐냐?’라는 궁금증이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자 이제야 차별화를 한다는 건데, 내가 보기에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게다가 그 마저도 별로 잘 못 한다.

대충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거나 “(김건희를 수사하는)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이 한동훈이 내세우는 차별화 수법이란다. 그런데 목 위에 달린 게 중심 잡는 데 쓰는 게 아니라면, 너님이 생각해도 그걸로 차별화가 되겠냐?

당연히 안 된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동훈은 윤석열과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지지율 20% 짜리 대통령과 함께 죽는다. 이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집 고양이도 안다. 결국 궁지에 몰려서 차별화를 한다는 건데, 이게 먹히겠냐고?

퍼스트 무버와 차별화

내가 정치는 잘 모르지만 정치가 마케팅과 비슷한 거라고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정치도 결국 자기 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리고 자기의 사상을 세일즈 하는 것이므로 터무니없는 비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에서 차별화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우트는 자신의 책 ‘튀지 말고 차별화하라’에서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로 최초가 되어라’는 것을 중요한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한다.

실제 성공한 기업들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 바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정신, 즉 그 분야에서 개척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으므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 즉 성공한 이들의 장점을 재빨리 모방해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따라쟁이의 성과는 퍼스트 무버의 성공에 비해 무게가 같을 수가 없다. 패스트 팔로워에게는 경쟁자도 훨씬 많아진다. 그래서 정치인은 자기만의 브랜드를 정립하기 위해 담대한 첫 걸음, 최초가 되는 시도를 거침없이 선보여야 한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국회의원은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동훈에게는 그런 모습이 쥐뿔도 보이지 않는다. 차별화랍시고 내세우는 게 윤석열과 선 긋기다. 그런 식상한 건 나도 하겠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11. ⓒ뉴시스

심지어 더 웃긴 건 요즘 한동훈 발언이 너무 세다며(응?)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위조절 필요성이 거론된다는 대목(응??)이다. 이 분들이 단체로 실성하셨나? 한동훈 입에서 “내가 검사를 오래 해봐서 아는데 김건희 주가조작은 유죄다”라는 말이 나와도 윤석열과 차별화가 잘 안 될 판에 수위 조절을 해?

없는 게 너무 많다

퍼스트 무버가 돼도 대권은 오르기 힘든 봉우리인데 한동훈은 패스트 팔로워도 못 된다. 남들이 다 해본 전략을 따라하는데 그것도 타이밍이 늦다. 슬로우 팔로워라고나 할까? 그런 전략으로는 통반장도 하기 힘들 텐데?

대통령은 “저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를 경합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여야 한다”는 명제를 경합하는 자리다. 만약 국민의힘과 한동훈이 내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따위의 전략으로 대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들의 뇌가 빠가사리의 뇌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그게 먹히는 전략이라면 한동훈의 자리에 우리 집 빗자루를 갖다 놓아도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성공 요소로 진입장벽을 꼽는다. 진입장벽을 영어로는 ‘Barriers to Entry’라고 쓴다. 그 영역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진입하기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한동훈의 안티 이재명 전략은 진입장벽이 아예 없다. 누가 해도 되는 걸 한동훈이 하고 있는 거다.

구글에서 ‘한동훈 장점’이라고 검색해보라. 나오는 검색 결과가 전부 이따위다. 영어? 그거라면 민병철 교수가 대통령이 돼야지. 그분은 좋은 일도 엄청 많이 하시던데. 말싸움 잘 하는 거? 그게 진입장벽이냐? 학벌? 대한민국에 서울대 출신이 한둘이냐? 참신함? 지난번 전당대회 때 한동훈 지지자들이 원희룡 지지자들과 주먹다짐하는 장면에서 참신함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났다.

비전도 없어, 승부수도 제때 못 던져, 말과 달리 윤석열 만나면 굽신거려, 비대위원장 맡겨놨더니 총선 어젠다가 고작 운동권 청산이야, 여당 대표인데 의대 정원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조율할 능력도 없어, 당최 뭘 보고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단 말인가? 없는 게 너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있는 걸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아무튼 할 줄 아는 것 없는 사람이 유력 대권 주자가 되기도 참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길을 한동훈이 걷고 있다. 이제 와서 윤석열과 차별화라? 기사는 많이 나가겠다. 그런데 그거 별 효과 없을 거다. 한동훈은 정치를 너무 쉽게 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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