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촉즉발 전쟁위기, 이것이 힘에 의한 평화인가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남측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나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서 무인기가 침범했다면서 사진도 공개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통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국경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수도의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 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김 부부장이 말한 ‘끔찍한 참변’이 무엇인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지금보다 수위가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전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북한 측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한 이상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는 실질적인 전쟁 위험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심각한 반면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은 모호하다. 군 당국은 처음에는 ‘우리 군이 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후 태도를 바꿔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보냈어도 문제고, 탈북민 단체 등 민간에서 보냈어도 문제다. 민간이 벌인 일이라 해도 군이 그것을 몰랐어도 문제, 알고도 저지하지 않았거나 저지하지 못했어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무인기 사건 이후 남북 양측의 대립은 연일 격앙되고 있다. 국방부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라고 북한을 향해 말했다.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긴장만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할 때 우려했던 모든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말로 주고받는 공방이 격해지다가 이제는 전단과 오물이 오고가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그리고 무인기를 통한 영공 침범까지 수위가 높아졌다. 이제는 전쟁 전까지 남은 단계가 별로 없다.

국민이 불안한데 이것이 민주국가의 국익일 리 없다. 애초에 전쟁불사 흡수통일을 외치며 적대행위의 수위를 높여나가면 상대방이 겁먹고 물러설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현실감이 떨어지는 발상이다. 전쟁과 공멸 밖에 없는 미래를 향해 갈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대남 오물 풍선과 대북 전단 살포가 맞서는 상황부터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민간이라는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는 상태에서 논의가 시작되기 어렵다. 지금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계속해야 할 때가 아니라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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