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2023.11.21) ⓒ뉴스1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날 선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사측은 서울지하철 2호선의 승무방식 개편을 둘러싼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는데 아예 2호선에서 차장을 없앤다는 전제하에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과업지시였다. 이미 2023년 3월에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도시교통실)에 ‘경영혁신회의 과제 보고’ 형태로 사업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즉, 현재의 사태는 서울시가 승인한 결과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입안한 정책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절차상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이 또한 짚어야 할 일이다. 우선 이익이 무엇인가를 보자. 사측 주장은 차장 180여 명의 직무가 없어지게 되면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재배치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단 비용절감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혼자 근무하게 되는 기관사에게는 힘들어지니까 추가 승무수당을 준다고 했다. 그럼 비용이 증가한다.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승객이나 노동자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우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승객이나 노동자 모두에게 해로운 정책이다.
차장 없애고 1인 승무로 바꿔도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다
두 사람(차장과 기관사)이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기관사 한 명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면 어떻게 승객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지 설명이 안 된다. 그럼 기관사는 어떨까? 노동강도가 두 배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사측의 주장은 이렇다. 2호선에 ATO설비(자동열차운전장치, Automatic Train Operation device. 기관사에 의한 수동운전 형태에서 운전능률의 향상을 위해 열차의 가속과 감속 및 정위치 정지 등의 기능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장치로 신호시스템이다.)가 완전히 갖춰져 있으니 기관사가 자동운전, 자동방송, 출입문 개폐만 취급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신호시스템이 자동이라고 해서 실제로 자동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데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바퀴 미끄러짐 때문에 자동운전을 하게 되면 긴급 제동이 잡혀 승객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승강장 안전문이 수시로 고장나기 때문에 이 때는 자동운전을 할 수 없다. 신규로 도입된 최저가 낙찰 전동차들은 신호시스템과 제대로 조응하지 못한다. 수동으로 맞춰야 승강장 안전문에 제대로 맞출 수 있다. 승강장이 곡선으로 이루어진 곳에서는 CCTV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이것도 말썽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운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일본의 경우 신호시스템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지지 않는다. 신호시스템은 신호시스템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혼잡도’이다. 전세계 주요 도시의 지하철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혼잡도가 높은 도시는 서울과 도쿄이다. 그래서 유독 10량이나 되는 긴 편성의 열차를 운영하고 있고 출·퇴근시간대에는 도쿄지하철의 경우 역무원이 아예 승강장에 상주한다. 차장에게 출발 수신호를 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거의 문마다 배치된다. 무리하게 승차하려는 승객도 제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2호선은 도쿄지하철 그 어느 노선보다도 혼잡한데 역무원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안 보인다. 역무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ATO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잡한 노선은 모두 2인 승무로 운영되고 있다. 런던, 파리, 베를린,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을 다녀본 결과 8량도 안 되는 열차편성과 우리나라 2호선 혼잡도의 30%~60%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1인 승무를 하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2인 승무를 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의 승객들. 2023.03.21. ⓒ뉴시스
2인 승무에 문마다 역무원 배치된 도쿄, 1인 승무하라는 서울
2호선에서의 기관사 단독승무는 사실상 승객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정책이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수동운전에 승객 끼임 신경쓰랴 응급환자 신경쓰랴, 고장난 승강장 안전문 신경쓰랴 기관사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것이다. 그럼 차량수를 6량으로 줄이면 어떨까? 불가능하다. 승객들이 비명을 지를 것이다. 타지 못하고 보내는 열차가 수두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사들은 분명히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하게 될 것이고 이는 지금처럼 강력한 개인 징계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럼 또 정신건강에 새빨간 신호가 들어오게 될 것이다.
‘누가 죄인인가.’ 승객안전과 노동자안전에 직결되어 있는 2호선 단독승무라는 정책을 입안한 자와 결정한 자는 시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고 노동자의 의사를 묻지도 않았다.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었다. 노동자의 근로조건 후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체협약도 맺지 않았고 노동자 개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없었다. 불법과 불통이 자리를 메꿨다. 이제라도 제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