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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건희 라인은 없다’는 대통령실, 아무도 안 믿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제기한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예상했던 것처럼 "최종 인사결정권자는 대통령으로, 대통령실에는 비선 운영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건희 비선 라인' 의혹을 처음 꺼냈던 김대남 전 행정관에 대해서도 "자꾸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얘기하는 유언비어 같은 얘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라인'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꺼낸 사람들의 면면이 그렇다. "용산은 지금 거기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걔네들이 김건희 여사와 네트워킹이 되어 가지고 (국정을 좌지우지) 한다"고 말한 김대남씨는 불과 몇 주 전까지 '정권의 사람'이었다. 대선에 참여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낙하산을 타고 수 억 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공기업 임원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사람을 '유언비어나 퍼트리는 사람'으로 공격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한동훈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의 2인자이자 황태자로 불렸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한 대표야말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 것이다. 그런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여사 라인이 어딨나"고 반박한다고 끝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사실 김 전 행정관이나 한 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실에 '여사 라인'이 있다는 건 진작부터 파다한 소문이었다. 비선이 활개를 치면 공식 계선이 흔들린다. 비정상적인 대통령실 인사는 이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당장 김 여사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뉴미디어 홍보를 총괄하는 뉴미디어비서관은 사실상 정권 출범 이후 내내 공석이다. 김 전 행정관이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애들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 먹지,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그냥 얼굴마담"이라고 할 만한 정황은 이미 넉넉하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그동안의 입장에서 물러나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제2부속실 설치는 법령 개정 사항도 아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끝날 일이다. 결국 대통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누군가 제2부속실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리고 국민들은 그게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사실이 아니다'를 반복하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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