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동성 결혼 차별 멈출 가족제도 개선 필요하다

국내 동성 부부 11쌍이 헌법상 혼인의 권리를 성소수자에게도 보장하라며 동성혼 법제화 소송에 나섰다. 전국 6개 법원에 11건의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과 민법 제812조(혼읜의성립)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동시에 진행한다. 2014년 처음으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22명은 장기간 함께 살며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사실혼 관계로 지내며 구청에 혼인신고를 냈지만,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이번 소송은 이러한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법적 투쟁이다.

지난 7월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결했는데, 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부부와 이성 부부는 동일한 집단임에도, 피부양자 자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명시했다. 이 판결로 ‘이성혼 중심’ 구조의 가족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동성혼 인정이 필요하다는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혼인평등 소송과 함께 동성 부부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에 관한 활발한 논의도 필요하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 등의 반발에 막혀 오랫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차별금지법이나 장혜영·김예지 의원 등이 발의한 혼인평등법 제정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미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등 전 세계 39개 국가가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2019년에는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했고, 태국에서는 지난 6월 ‘결혼 평등법’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우리도 법제도 마련을 늦출 이유가 없다.

지난 2005년 호주제 폐지 당사 변호인단으로 활동했고, 이번 혼인평등 소송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조숙현 변호사는 “과거에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소송을 진행할 때도 가족 제도가 붕괴된다고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등이 실현됐다”며 “동성혼 법제화는 동성 부부 권리를 위한 것이지만, 가족법 내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성 부부들의 법적 투쟁을 응원하며,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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