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혐오와 차별 내걸고 거리로 나서는 보수개신교

한국개신교 보수교단과 단체들이 중심이 돼 오는 27일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연다. 이들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동성혼과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것이라며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한국 개신교회가 ‘거룩한 방파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동성혼과 차별금지법이 합법화되면 우리 사회가 병들고 교회학교가 소멸하는 등 한국 개신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8월 이번 예배를 주도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설교를 통해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기독교 국가도 교회를 죽이는 반성경적인 법들을 막지 못하니 기독교인 비율이 1%대가 됐다”면서 “대한민국처럼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에 오염수가 들어와서 교회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끝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악법들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개신교의 위기는 동성혼과 차별금지법 등이 불러온 것이 아니라 개신교 목사 등의 각종 비리와 추문 등 스스로가 불러온 위기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한국 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종교 호감도에서 개신교가 33점으로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불교가 53점으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 51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자정하려는 노력 없이 혐오와 차별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개신교 세력의 결집을 노린다면 한국개신교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이 연합예배를 열기로 한 27일은 개신교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종교개혁주일이다. 민중과 괴리돼 부패했던 중세 가톨릭을 비판하며 출범한 개신교의 오늘의 행태를 보면 과연 무엇을 개신(改新)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바울은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혐오와 차별을 외치는 보수개신교는 이런 성서의 가르침을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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