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약용이 저술한 목민심서에는 지방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공직자가 본분으로 삼고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입니다. 목민심서에서 수령이 청렴하기 위해서 하면 안 되는 네 가지 중 첫 번째가 부업을 하지 말 것입니다. 공직자가 부업–요즘말로 겸업–을 하게 되면 공직자로서의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고 결국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결국 사퇴했습니다. 구청장이 보유하고 있던 170억 상당 주식의 직무관련성이 인정 되었지만 백지신탁이나 처분을 거부하다가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구로주민이 아닌 170억 재산을 선택한 것이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구청장으로서 주민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2024년 공직자 정기 재산신고 변동에서 47억이 급증했고 여기에는 본인이 보유한 문엔지어링의 주가 상승이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헌일 구청장은 주식처분을 거부 한 채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구청장 재임기간 동안 주가 상승으로 톡톡히 이익을 챙겼을 뿐 만 아니라 세비도 꼬박꼬박 받았습니다. 문헌일 구청장은 2년 4개월 구청장 직무 수행을 하면서 꿩 먹고 알 먹고 최고의 재테크를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년 4월에는 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 되었습니다. 수십억 선거비용이 발생하는데 모두 주민들의 세금입니다. 주민들의 민원과 지역 현안은 예산이 없어서 하지 못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주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수십억 예산을 구청장 때문에 낭비 하게 되었습니다. 탐욕에 눈이 멀어 구청장의 자리를 이용해서 주민 세금을 착복, 탕진 한 악질적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문헌일 구청장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선을 다했으며 구로구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힘을 보태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후안무치하고 공직자로서의 양심과 윤리도 없는 파렴치한 사람이 39만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구청장이었다는 사실에 기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구로구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대해 즉각 책임지고 주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자질과 자격도 되지 않는 인물을 공천해서 구로구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손실을 입혔습니다. 애초부터 직무에는 관심이 없었고 기업 CEO로서 회사 이익이 중요한 사람을 공천했습니다. 수백억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구로구 소재 기업 CEO가 구로구청장 공천을 신청 할 때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였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뿐만 아니라 이미 1심 판결이 내려졌을 때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태를 수수방관 했습니다. 불 보듯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만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2심과 3심을 진행 할 때도 당 차원의 아무런 대응이 없었습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의 2022년 지방선거 홍보물 ⓒ자료사진
구정 운영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구청장의 정책 공약 불이행은 고스란히 구로 주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갑니다. 정당에서 선거에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은 정당이 보증을 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당연히 잘못된 공천의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과 함께 구로구 주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만일, 국민의 힘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끝으로 문헌일 구청장은 보궐선거 발생에 대한 처벌이나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퇴임했습니다. 앞으로도 똑같이 직무관련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버티다가 주가 상승과 세비만 챙겨서 ‘먹튀’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공직자의 주식보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더욱 엄격한 법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