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는 서울교육감과 4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 작은 선거였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을 이유로 낙마한 뒤 후임을 뽑는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단일후보 정근식 후보가 당선된 의미가 크다.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후보가 내건 경쟁주의 교육, 뉴라이트 교육을 시민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조 후보는 과거 전교조 악마화에 앞장서며 조합원 명단 무단 공개로 법의 심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또한 뉴라이트 세력과 보수기독교 등의 주장을 앞장서서 대변하며 서울교육을 10년 전으로 후퇴시킬 우려가 컸다. 다만 23.5%라는 낮은 투표율은 선거제도와 진보교육운동 모두에 과제를 던졌다고 본다. 무엇보다 교육의 주요 구성원인 교사의 참정권 보장이 절실하다. 아울러 무상급식, 혁신학교를 이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보교육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갈 책무가 정근식 서울교육감에게 부여됐다.
4곳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각 당의 텃밭에서 치러졌고, 기초단체장의 특성상 정치적 의미가 반영되기는 어려웠다. 결과 역시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은 국민의힘이, 전남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는 민주당이 차지했다. 영광군수가 무소속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없다.
그러나 영광군수 선거에서의 진보당 선전은 주목할 만하다. 초기 영광군수 선거는 기존세력인 민주당과 신진세력인 조국혁신당의 영역 다툼 양상으로 펼쳐졌다. 양당 대표를 비롯해 유력 정치인이 총출동해 중앙정치의 쟁투를 옮겨놓았다. 그러나 진보당과 이석하 후보는 차곡차곡 주민의 지지를 쌓았고, 선거 막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진보당을 향한 공세에 상당한 공을 기울일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진보당은 4월 총선에서 약진한 조국혁신당을 제치고 민주당과 당선을 놓고 다퉜다.
진보당의 선전 요인은 우선 시종일관 정책선거를 주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당이 국민지원금을 말했지만, 예산 근거를 가장 치밀하게 마련한 것은 진보당이었다. 달빛어린이병원, 우리마을요양원 등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농민운동부터 주민들의 투쟁, 마을 이장 경력까지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한 이석하 후보의 경쟁력도 군계일학이었다. 거대정당이 정권심판과 유력지도자를 말할 때 진보당은 후보의 삶을 앞세웠다. 끝으로 진심의 정치, 땀의 정치라 불리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들 수 있다. 칼을 갈고, 청소를 하며 동고동락하는 정치에 주민들이 반응했고, 작은 정당 후보를 당선권의 주자로 만들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던 진보당의 도전이 정치변화의 기폭제가 되리라 믿는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 하지만 국민들은 이번 축제를 즐길 수 없었다. 총선에서 압도적 심판을 받았지만 정권은 달라지지 않았다. 뉴스마다 김건희, 명태균의 이름과 공천개입, 여론조작, 오빠논쟁 등이 난무한다. 한반도 평화는 일촉즉발이고, 민생경제는 파탄지경이다. 재보선 끝나기 무섭게 김건희 주가조작 무혐의가 발표될 예정이다. 결국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선거 이상의 비상한 수단이 필요하게 됐다. 이제 국민의 정치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 민심을 거부하는 정권의 폭주를 제지하고 국가를 위기에서 건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