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동결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 예정이다. 기존 출산 정책은 신혼 부부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시각을 넓힌 첫 시도가 난자 동결 사업이다. 충청북도와 서울에서 23년 사업이 시행되었고, 내년에는 국가 사업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국가 지원 사업 내용은 아래와 같다. 최초 시술시 여자에게는 최대 200만원, 남자에게는 최대 30만원을 지원해준다(난자의 동결이 주 내용이지만, 정확한 지원 명칭은 '생식세포 동결.보존비 지원'이다. 남자의 정자도 가능하다). 결혼하고 임신을 목적으로 보조생식술을 받을 경우 다시 최대 2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향후 아이 계획이 있는 미혼 남녀가 가임력이 좋은 난자, 정자를 동결할 수 있도록 예비하게 해준다는 의도는 저출산대책에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 이를 반영하듯 TV 예능에서 배우들이 종종 난자 동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1차원적인 생각의 지원이 다는 아니다. 집값의 상승으로 정상적인 근로소득으로는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어려움, 아이를 낳아도 육아에 전념하기 어려운 직장환경 및 사회시선, '82년생 김지영'이 보여주는 산후 여성들의 우울감 등 사회 환경 개선 및 정서적 안정에 대한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최근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여러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읽는 동안 불편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것이 현실을 고증하고 있기 때문일까,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일반 사람이 사회를 보는 시선과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일까. 불편한 말을 허구라는 단어를 빌려 꺼내어내는 게 소설을 역할 중 하나라면 채식주의자도, 82년생 김지영도 성공했다.
돌아와 직설적으로 말하면 다차원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편한 시선에 대해 얘기를 꺼내야 새로운 답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는 평가를 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 '남녀 정자·난자 동결비' 지원 제도를 하나 신설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여러 가지를 포괄하는 패키지 정책이 아니면 그것이 얼마나 저출산을 해결하는 성과로 나타날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같이 구현되어야 할 의료적 시스템 중 하나의 축이 돼야 할 것이 난임의 한의약 치료다. 현재 서울, 경기도, 제주도 등지에서는 난임 환자의 한의약치료 지원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중이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한의약 난임치료의 국가 지원을 명시하는 '모자보건법' 법안이 통과되었으나 내년 별도의 국가 예산은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스에는 새벽 오픈런이 보도 되었다. 그 대상이 MZ가 아니라 아이를 열망하는 부부였고, 명품 매장이 아니라 난임치료로 유명한 한의원이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가는 기사와 비교하면 슬픈 대비점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대비는 잠시 뒤로 하면 절박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이미 법적으로 규정이 되어 있는) 국가의 지원은 꼭 필요하지 않겠나.
조선시대 한의학은 유교사상의 터전에서 발전해왔던 터다. 열녀를 강요했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씨받이를 서슴지 않았고, 아이 낳지 못하는 정부인이나 며느리를 제 값 못한다 생각했을 정도로 자손을 남기는 데 집착했던 시대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서적에는 아이가 잘 생기지 않을 때 남자가 먹어야 될 처방과 와이프가 먹어야 될 처방들에 대해 다소 자세히 기록한다. 난임치료로 유명한 한의원이나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현대화하고 공부하는 학회는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그 시대에 맞춰 발달한 경험적 산물인 한의약 치료가 갖는 효과를 인정하고 난임의 한의약치료 국가 지원을 양방치료와 패키징하여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