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윤리강령 제3조 제2항에서는 “검사는 피의자나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 대우를 하지 아니하며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 정실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 대한민국 검찰이 이런 검사윤리강령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몰랐다’고 하면 무혐의?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몰랐다’, ‘기억이 잘 안 난다’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아이구 그러시군요’하며 무혐의 처분을 해 왔는가?
여러 정황증거에 의해 혐의가 의심되는 피의자가 있다면, 그가 ‘몰랐다’, ‘기억이 잘 안 난다’라고 해도 증거를 더 수집해서 혐의를 입증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검사의 직무이다. 그런데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서는 압수수색영장 청구조차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냥 피의자가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증거가 불충분해서 무혐의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수사포기이고 직무유기이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피의자의 자백이 없어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는 여럿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가조작 범죄의 성립은 “(시세조종) 목적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며, ------ 이러한 목적은 당사자가 이를 자백하지 않더라도 그 유가증권의 성격과 발행된 유가증권의 총수, 매매거래의 동기와 태양(순차적 가격상승주문 또는 가장매매, 시장관여율의 정도, 지속적인 종가관여 등), 그 유가증권의 가격 및 거래량의 동향, 전후의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 및 공정성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3567 판결).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간접사실들을 종합하면, 김건희 여사의 경우에는 자백이 없어도 최소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시세조종을 전혀 몰랐는데, 어떻게 주가조작 세력의 ’팔아라‘는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7초 만에 8만주를 매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법원에서도 김건희 여사 계좌와 관련된 많은 통정매매가 있었다고 인정했고,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가 얻은 이익이 무려 23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보고서도 있다. 그런데 시세를 조종하는지 몰랐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검찰은 법리와 여러 정황증거를 애써 무시하고 김건희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압수수색 포기’와 ‘검사 휴대폰 압수’만으로 특검 도입 이유는 충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태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 16. 재보궐선거 전에는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수사기록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식의 비겁한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피의자가 ‘몰랐다’고 하므로 증거가 불충분해서 무혐의를 했다는 것이 검찰 발표의 요지이다. 여기에 대해 의견을 말하라는데 왜 눈치를 보는가?
만약 한동훈 대표가 검사라면, 이런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무혐의’를 할 것인가? 아마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누구보다도 이 사안은 기소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한동훈 대표가 결단해야 할 것은 김건희 특검의 도입에 대해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특검 도입에 반대한 명분 가운데 하나가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거쳐서 ‘봐주기 무혐의’를 결정한 이상, 더 이상 특검 도입을 미룰 명분이 없다.
특검 도입을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는 수사과정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데 있다. 피의자가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압수수색같은 강제수사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휴대폰 압수’를 당했다. 그러니 어떻게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검은 검찰이 수사나 기소를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사건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제는 특검을 도입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특검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에는 다시 국회에서 재표결에 붙여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담아 친한계 의원들을 통해 특검법을 발의해서 야당과 협상에 나서든지, 아니면 재표결에서 찬성의사를 밝히든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를 피해 간다면, 그는 대권주자는 물론이고 공직자로서의 자격 자체가 없다.
‘국민’과 ‘비위로 찌든 권력’ 중에 후자를 택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대권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한동훈 대표는 ‘국민 눈높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혐의에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들조차도 검찰을 맹비판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탈 조짐이 있다. 최근 JTBC 등의 언론에 검찰 내부 수사기록으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전달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한동훈 대표에게 넘어갔다. ‘국민이냐 김건희-윤석열이냐’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