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있다. 바로 '전,란(Uprising)'이다. 이 작품은 지난 1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750만 시청 수를 올리며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했다. OTT 콘텐츠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22일 공개한 10월 4주차(10월 14일~20일)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도 '전,란'은 1위를 차지했다.
'전,란'을 향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아마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강동원·박정민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만이 아니더라도 '전,란'은 충분히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란'의 뚜껑을 열어보자. '전,란'이 품은 시대적 배경은 부글부글 뜨겁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무언가 발칵 뒤집힐 것 같은 혼란의 시대다. 바로 임진왜란이라는 시대다. 그리고 그 시대 속엔 절대 닿을 수 없는 권력자인 왕(선조)부터 노비(천영)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엔 양반(종려)이 존재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견고해 보였던 계급들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균열을 일으키고, 그 균열 속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인물의 모습에 주목한다. 즉, 등장 인물들은 자신이 어떤 계급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보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연신 충돌하고 오해를 쌓고 폭발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지켜보는 재미 중 하나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 ⓒ넷플릭스
원래 양인이었지만 노비가 된 천영(강동원)은 자신의 계급을 되찾기 위해 칼을 든다. 백성들은 믿었던 왕(차승원)이 왜적을 피해 달아나자 횃불을 들고 경복궁을 불태운다.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천영과 백성들은 연신 계급을 흔든다.
반면 왕은 백성을 버리고 홀로 도망치면서도, 백성의 분통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왕권을 지키고 세우는 것에만 몰두한다. 왕은 계급을 지키려 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양반 계급인 종려의 심리다. 천영과 한 집에서 함께 성장한 종려는 계급에 대해 변화무쌍한 심리와 행동을 보여준다. 천영을 친구처럼 생각하면서도 계급이라는 '선'을 미처 넘지는 못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다가 천영을 오해하면서 돌변하기도 한다. 종려는 '계급 반란'과 '계급 지키기'라는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 ⓒ넷플릭스
이렇듯 인물들은 계급을 흔들고, 지키고, 또 혼란스러워하면서, 조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천영·의병을 보며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선조를 지켜보며 배신감에 가슴을 치기도 하며, 종려를 보며 계급과 계급 너머의 경계에도 서본다.
꼭 계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전,란'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재밌게 봤다"는 말이 나온다. 계급을 되찾으려는 강동원의 연기는 서슬 퍼렇고 때론 불덩이처럼 뜨거워 화면을 매번 압도한다. 박정민은 복잡한 심리를 가진 종려를 물처럼 유려하게 풀어낸다. 차승원은 무엇이 왕의 도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를 비인간적인 능청스러움으로 표현했다.
이 밖에도 의병 범동 역할을 맡은 김신록, 김자령 역할을 맡은 진선규, 겐신 역할을 맡은 정성일 등이 출연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전,란'은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한 단면을 배우라는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 같다. 시원한 액션부터 예리한 칼 싸움까지 숨 죽이고 지켜보게 만든다. 꼭 한 번 보면 좋은 영화다. '전,란'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