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장애·비장애 ‘경계’ 지우니 맑고 경쾌한 성장담 보인다, 연극 ‘코다’

극단 청사진의 무장애(배리어프리) 공연, 10월 공연 마쳐…

윤여정이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CODA)의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남우 조연상을 시상하고 있다. 2022.03.28. ⓒAP

코다(Coda)라는 말은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의미한다. 코다라는 단어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다의 의미가 조금 더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21년 영화 '코다'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2022)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3관왕을 수상하면서다.

특히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한국배우 윤여정이 94회 남우조연상 수상자를 호명하고 시상하는 장면은 전 세계인을 미소 짓게 하고 또 울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코다' 주인공 트로이 코처다. 그는 극 중 농인 아버지를 연기했고, 실제로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윤여정은 수상자 이름을 확인하고 호명하기 전에 수어로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 때 남우조연상 후보들의 얼굴들이 나란히 전파를 탔는데, 수상자 호명 전에 수어를 먼저 본 트로이 코처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윽고 전 배우들은 양손을 반짝거리며(수어로 박수를 의미) 그의 수상을 축하해줬다.

영화 '코다'는 부모님과 오빠가 농인이지만 자신은 청인인 고등학생 루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 아빠, 오빠를 제외한 루비 만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루비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역사로, 가족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그런 루비는 합창단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버클리 음대의 오디션 기회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은 노래 때문에 가족을 떠난다는 루비를 이해하지 못하고, 루비 역시 자신 없이 생계를 이어 나가야 할 가족들을 걱정한다.

연극 '코다' ⓒ극단 청사진 제공


올해 한국에서 같은 제목으로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물론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이다. 영화가 가족의 어려움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루비의 모습을 담았다면, 연극 '코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지점에서 빛이 났다.

연극은 농인 가정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이자 코다인 하늘이다. 그리고 하늘이 곁엔 베스트 프렌드 재인,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민아, 연극부 부장 현정이 있다. 그리고 연극제 지원 사격을 맡은 고등학생 시원도 함께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극 초반 드러난 하늘이의 모습은 여느 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좋아하는 연극을 하고 웃고 떠든다. 하늘과 친구들은 당차고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극이 흐를 수록 무대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어른(엄마)과 청소년(하늘)의 경계, 하늘이와 세상의 경계, 친구들 사이의 경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대를 채우는 이런 경계들은 인물들 간의 소통, 이해, 화해, 용서, 대화 등을 통해서 하나씩 사라진다. 경계라는 안개가 하나씩 걷힐 수록 청아하고 맑게 물든 청소년들의 성장이 돋보인다. 그리고 느끼게 된다. 코다의 이야기가 어느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위의 이야기, 혹은 나의 고민을 닮은 이야기라는 점을 말이다. '코다'는 관객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이다.

장지은 연출가가 쓰고 연출을 맡은 '코다'는 2020년 극장 동국에서 초연 무대를 가졌고, 초연 이후 1년 만에 앵콜 공연까지 마쳤다. 그리고 올해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났다. 해당 공연은 무장애(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인과 농인 모두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연극 '코다' ⓒ극단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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