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 주말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축제를 즐기려고 코스튬 복장을 한 청년들로 평소보다 붐비는 거리로 안전사고의 우려도 커졌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2년 전과 다른 모습이 있다면 지자체와 경찰, 소방기관의 치밀한 대응이었다. 언론도 이런 풍경들을 기사로 옮겼다. 서울시는 지난 25일부터 11월 3일 사이를 '핼러윈 중점 안전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유관기관 사이의 안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태원 거리를 중심으로 주말에만 300명을 투입해 순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기관 역시 종합 상황실을 운영해 인명사고에 대비했다.

축제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어나 활기를 띠는 거리, 행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한 유관기관들의 긴장된 대응이 공존하는 거리. 사실 2년 전에도 이랬어야 했다. 그때도 기관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참사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 거기에 놀러갔냐는 어처구니없는 비아냥도 없었을 것이고, 공직자들이 줄줄이 재판장에 나가 처신을 변명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그렇다면 2년 전에는 왜 이러지 않았는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이러한 조치에 나서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나. 국민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 당연히 수행했어야 할 직무의 유기로 159명이라는 생명이 하나의 거리에서 숨졌는데 그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이하지만 유가족들의 이런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진실 또한 오리무중이다. 지난 5월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최근 출범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년 동안 진실을 밝힐 숙제를 안았으나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처벌을 받아야 할 책임자들이 최근 1심에서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일선의 몇몇에게 책임을 묻고 덮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기본 1년에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는 특조위 조사기간에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특별법 거부권 행사와 책임자들의 모르쇠로 유가족들이 얼마나 분통을 터트렸나.

지난 2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우리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에 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진상규명 그리고 합당한 책임자 처벌이다. 304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부른 세월호 참사가 있고서도 또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은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사의 피해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혐오의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함도 물론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이 10월 29일 하루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유가족의 손을 잡고, 기억하고 행동하는 일은 안전사회를 바라는 모두의 숙제라는 것을 다시금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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