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풍선에서 무인기로 증폭된 남북한 군사위기

지난 13일 평양에서 발견됐다는 무인기에 대해 북한 국방성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무인기가 10월 8일 백령도에서 이륙해 평양 상공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 지점과 침입 경로, 침입 목적을 확증한 주권침해도발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라며 무인기의 비행 경로 표시한 지도와 비행 이력까지 공개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경우 2010년의 연평도 포격전과 비슷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별도로 담화를 발표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면 남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고도 꼬집었다.

우리 군 당국의 반응은 외형상 바뀐 것이 없다. 군은 북한의 무인기 관련 발표에 대해 "그들의 일방적일 주장일 뿐"이라며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도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번 '평양 무인기'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건 이제 남북의 군사적 갈등이 풍선에서 무인기로 증폭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인기는 풍선과 달리 민간에게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없고, '회색지대'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나 가자 전쟁에서 무인기는 이미 가장 중요한 군사 무기의 지위에 올라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측 반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쓰레기 풍선 부양으로 맞섰고, 대북확성기에 대해서는 접경지역에 괴상한 소음을 쏟아내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그렇다면 이번엔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처럼 남측으로 무인기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갈등이 확산되면 결국 노골적인 군사적 충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빚어진다면 우크라이나와 서아시아에서의 전쟁에 이어 또 다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질 수 있고, 글자그대로 '세계전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우려도 있다. 여기서 우리 국민이 얻을 것은 전혀 없다. 윤석열 정부와 군 당국은 지체없이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분쟁 확대를 원치 않으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지금은 남과 북이 '치킨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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