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지역 간부였던 고 양회동 씨의 분신 영상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5개월이 넘었다.
지난해 5월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인 양회동 씨가 분신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조선일보는 그의 동료인 홍성헌 건설노조 강원지부 부지부장이 현장에 있으면서도 분신을 방조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근거가 된 자료는 ‘독자 제공’이라는 출처를 단 CCTV 영상 캡처 화면이었다. 건설노조는 영상 감정을 통해 보도에 나온 CCTV 화면이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해 5월 22일 조선일보 기자와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분신배후설을 주장한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CCTV를 유출한 성명불상자 등을 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고발 이후 1년 5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8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서울청 반부패 사수대에서 CCTV 유출 관련해 관계 공무원 40여 명 조사하고 진술을 받았다. 객관적 확보한 자료들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낙 관련자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에도 서울청 관계자는 “현재 관계 공무원을 30여 명 이상 조사했고, 피고소인 중 3명을 조사했다”며 “절차대로 필요한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4개월여가 지났지만, 조사한 관계 공무원의 숫자만 10여 명 늘었을 뿐 수사는 진척이 전혀 없었다.
수사가 지연되자 고소인 측은 지난해부터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여러 번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하고 있다”고만 할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건설노조를 겨냥한 이른바 ‘건폭’ 수사에 경찰력을 총동원하며 속도를 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검찰과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가 부담스럽다고 뒤로 미루는 건 경찰 스스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